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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1화

장난감 방. 하준은 멍하니 입구를 보면서 손에 제일 좋아하는 블록을 들고 있었다. 그러나 놀 기분은 전혀 아니었다. 너무 슬펐다. ‘대체 언제쯤에나 와서 날 달래줄 거야?’ 여름이 달래주지 않으니 노는 것도, 그림 그리기도, 밥 먹기도 싫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데 익숙한 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여름이라고 확신했다. 하준은 고개를 푹 숙이고 블록을 쌓는 척했다. 여름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그러나 문 앞에서 걸음 소리가 멈추자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왜 이러지? 몸이 고장 났나?’ “진짜 블록 좋아하는구나?” 여름이 하준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내일 마트에 가서 블록 사줄까?” “됐어.” 하준은 거절하고는 도도하게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아직도 화났어? 정말 쩨쩨하네.” 여름이 얼굴을 받치고 물었다. 팔꿈치는 무릎에 대고 있었다. “아까 내가 왜 째려봤는지 알아?” “몰라. 알고 싶지도 않아.” 하준이 툴툴거렸다. 하지만 시선은 자꾸만 여름의 작은 얼굴로 향했다. 여름은 뻔한 거짓말을 하는 하준의 얼굴이 사랑스러워서 웃음이 났다. 그러나 꾹 참고 하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두 사람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이마에 뽀뽀해달라는 게 아니라는 건 알았지. 하지만 여울이랑 하늘이가 있는데 입에 뽀뽀하면 내가 부끄럽단 말이야.” “뭐가 부끄러워?” 하준은 이해가 안 됐다. “입에다 하는 뽀뽀는 우리 둘이만 있을 때 하는 거라니까. 다른 사람이 보는 건 싫어. 우리 둘 만의 비밀이야. 가서 봐봐 누가 사람들 보는 데서 입에 뽀뽀하나?” “텔레비전에서는 하던데.” 하준이 즉답했다. “아침에도 봤다고.” “……” 골치가 아팠다. ‘꼬맹이 셋이서 대체 뭘 보는 거냐고? 이렇게 조숙하다니 여울이랑 하늘이를 제대로 가르쳐야겠구먼.’ “텔레비전은 텔레비전이고.” 여름은 이제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 “어쨌든 난 그렇다고. 그게 마음에 안 들면 앞으로 뽀뽀 안 해줄 거야.” 여름의 협박을 들으니 하준은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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