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60화
하준이 보니 자애로운 할머니의 모습이 보였다. 마음이 따뜻해져서 얼른 받았다.
“고맙습니다.”
“에고, 착하기도.”
장춘자는 하준의 깜찍한 반응에 살짝 놀랐다.
“아이고, 우리 하준이가 이렇게 얌전한 모습을 다 보는구나. 전에는 내가 할머니 노릇도 제대로 못 했는데 지금이라고 보충해야겠다. 여보, 하준이에게 예전처럼 너무 엄하게 하지 말아요.”
“알겠어.”
최대범도 마음이 짠하기는 매한가지였다.
밥 먹는 동안 온 식구가 모두 하준에게 신경을 썼다.
그러나 다들 그렇게 다정하게 해주는데도 하준의 기분은 나아지지 않았다. 닭 다리를 조금 먹더니 그대로 장난감 방으로 가버렸다.
“무슨 일이냐? 싸웠니?”
최란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여름은 움찔했다.
‘설마 아까 째려보면서 눈짓했다고 삐친 건 아니겠지?
완전히 어린애라니까.
아휴.
여울이보다고 속이 좁아요.’
장춘자가 인상을 썼다.
“끼니를 거르면 쓰나. 란아, 네가 가서 좀 먹여라. 에미 노릇 보충하고 싶다며?”
최란이 더듬더듬 답했다.
“먹이기 싫은 게 아니고, 내가 먹이면 안 먹어요….”
“에잉~”
최대범이 아무 표정 없는 얼굴로 최란을 흘겨보았다.
“……”
“이따가 제가 먹일게요.”
여름이 웃으며 분위기를 풀려고 애썼다.
“그래도 쭌이 제 말은 잘 들어요.”
장춘자가 웃었다.
“하준이 지능이 두 살 수준으로 떨어졌다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거 아니다. 엄마한테 붙어있지 마누라에게 붙어 있는 두 살짜리가 어디 있다니? 아무래도 걔가 기억은 못 해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저가 제일 좋아하는 게 여름이 너라는 걸 아는 것 같다.”
최대범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소리를 들으니 여름은 민망했다. 하지만 어쩐지 기분은 좋았다.
확실히 하준이 여름에게는 좀 달랐다.
먹던 밥을 후다닥 먹고 여름은 밥을 들고 장난감 방으로 갔다.
뒤에서 여울이 이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쭌이 엄마더러 뽀뽀해달라고 했는데 엄마가 이마에 해줬거든요. 그랬더니 그때부터 계속 기분이 안 좋더라고요. 우리랑 놀면서도 계속 툴툴거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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