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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3화

여름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없이 웃었다. 하준은 그윽한 눈으로 여름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자기야, 언제 보답할 기회 줄 거야?” “운전할 때는 좀 집중할 수 없어?” 여름은 대답을 피했다. “진짜 나랑 결혼하지 않고 계속 이렇게 지낼 생각이야?” 하준이 애처로운 말투로 말했다. 여름이 갈수록 빛나고 칭송의 대상이 될수록 하준은 자랑스러움과 동시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결혼하지 않은 이상 두 사람은 법률상 부부로 인정받지 못한다. “이혼도 안했는데 재혼을 어떻게 해?” 여름이 눈을 흘겼다. “게다가, 왜 꼭 재혼이 필요한 거야? 그냥 이대로 지내면 좋지 않아?” “.......” ‘아 좋아, 안 좋다고. 나중에 내가 싫어지면 그냥 차버리려고?’ 지금 이 FTT의 후계자는 약간의 신체적 문제로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없는 상태였다. “자기야, 나는....” “모처럼 영화보러 가는데 심각한 얘기는 그만하는 게 어때?” 여름은 말을 끊고는 화제를 돌리며 핸드폰을 꺼냈다. “우리 그런데 영화 보러 어디로 가?” “아무데나 가고 싶은 데로 가.” 여름은 잠시 고민하다가 집에서 가까운 영화관을 골랐다. 영화는 7시에 시작이었는데 들어가 보니 관람객도 적고 내용도 너무나 잔인해 보기가 힘들었다. “아니 왜 하필 인기도 없는 이런 영화를 골랐어?” 하준은 영 재미가 없었다. “8시에 하는 블록버스터는 재밌겠던데.” “8시는 너무 늦잖아. 끝나면 10시가 다 될 텐데 여울이랑 하늘이 잠들고 나서 집에 가려고?” 여름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준의 얼굴이 굳어졌다. “잠들면 좀 어때? 딱 하룻밤인데. 이모님도 계시고... 얼마만에 하는 단둘이 데이트인데.” “무슨 소리야? 애들 잠들고 나서도 맨날 귀찮게 하고선.” 여름은 화난 얼굴로 하준을 향해 다시 눈을 흘겼다. ‘암튼 못된 생각 하는 데는 선수야. 맨날 나까지 넘어가게 꼬드기고 말야.’ “그건 다르지. 늘 조심조심 몰래...” 하준은 갑자기 우울해졌다. “거기다 그냥 뽀뽀하고 스킨십하는 정도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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