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4화
서경주의 이야기에 여름은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아파왔다.
예전에 강태환과 이정희를 친부모라 생각했다가 아니란 걸 알게됐을 때도 자신의 어머니가 자신을 버린 건 아니라고 자위했었다.
여름이라고 어머니를 간절히 그립지 않았겠는가? 다만 이미 오랫동안 자신에게 어머니라는 자리가 없었다 보니 자신을 원하건 원하지 않건 강요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20년 이상을 그렇게 살아왔다. 여름은 또래 아가씨들에 비해 훨씬 강인할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 실종된 지 20년이 넘은 분이에요. 1, 2년이 아니잖아요. 20년이면 많은 게 변했을 수 있어요. 결혼하셨을 수도 있고 아이도 있을 수 있겠죠. 보디가드도 있었다면서요. 분명 평범한 신분은 아닐 거예요. 게다가 서울에서 오래 사셨던 아버지가 그동안 마주친 적이 없었다면 아마 해외에 사시다 얼마 전에 들어오신 걸 수도 있어요.”
여름은 냉정하게 하나하나 짚어 말하자 서경주는 쓴웃음을 지었다.
“네 말이 맞다. 나도 결혼하고 이혼까지 했는데. 네 엄마가 살아 있다면 결혼 안 했을 이유가 없지. 생각해 보니 아까 만났을 때 어떤 아가씨와 함께 있었어. 자세히 보진 않았지만 딸이었을지도 모르지.”
“그래요? 그랬다면 분명 딸이겠네요.”
여름이 조용히 미소지었다.
하지만 속은 편하지만은 않았다.
‘나도 어머니가 있다. 하지만, 결혼하셔서 다른 자식이 있으구나...’
자신이 갑자기 나타나 ‘어머니’라고 부른다면 불청객 취급을 받게 될 게 뻔했다.
“아버지, 그만 두죠. 그분은 과거와는 인연을 끊고 싶으신 걸 수도 있잖아요. 우리가 계속 찾다가 그분 배우자라도 만나게 되면 그쪽에선 어머니에게 아이가 있었다는 걸 싫어할지도 몰라요. 우리 그냥 20년 전에 돌아가신 분이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생각하니, 여름은 마음이 좀 편해졌다.
하지만 지나치게 사려깊은 딸의 모습에 서경주는 가슴이 아팠다. 여름은 늘 부모에게 짐이 안 되려 애쓰고 있었다. 부모에게 그 무엇도 바라지 않았다. 여름이 그럴수록 서경주는 빚이 늘어가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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