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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5화

하준은 그래도 뻔뻔하게 여름의 어깨를 감쌌다. “뭐, 쟤들도 크면 다 할걸.” “우웨, 누가 그런 걸 한다고!” 여울이 소리쳤다. 하늘이는 비아냥거렸다. “이모할머니가 그러는데 우리 집 망할지도 모른다는데 그러고 있을 정신이 있어요?” 하준은 태연하게 받았다. “그러는 너희는 이 와중에 남 뽀뽀 구경할 정신이 있나?” 여울이 작은 소리로 물었다. “저기, 망하면 이제 사탕 못 먹어요?” “……” 이 와중에도 먹을 것 생각뿐이라니 정말이지 대단한 먹보가 아닌가! 하늘이는 여울을 흘겨보았다. “걱정하지 마. 망하면 내가 회사를 차려서 돈 엄청나게 벌어줄게. 죽을 때까지 다 쓰지도 못하게.” “그러면 됐어.” 여울은 그제야 통통한 얼굴을 반짝 들었다. 그런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무거웠던 여름과 하준은 저도 모르게 웃게 되었다. ‘역시 아이들은 좋구나. 아무런 걱정도 근심도 없고. 하긴 사실 누구나 다들 어린아이 시절을 거쳐왔지. 어른이 되면서 점점 더 많은 의무와 책임이 늘어나는 거지만….’ 여름과 하준은 갑자기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가자, 아버지가 재워줄게.” 하준은 여울을 어깨에 올려놓았다. 여울이 힘껏 주먹을 휘둘렀다. “이랴! 달려라!” 하준은 화가 나기는커녕 신이 났다. 여름의 입가에는 행복한 미소가 감돌았다. 커다란 바위가 심장을 누르고 있는 것 같았는데 이제는 정말 한결 가벼워졌다. 내일 차민우의 아버지도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갈 수 있을 듯했다. 어쨌거나 자신은 최선을 다하겠지만 실패하더라도 억지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그 일은 하준에게 비밀로 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준이 질투할까 봐 걱정되기도 했지만, 여름이 누군가에게 FTT를 도와달라고 부탁하러 간다면 하준은 자존심 상한다며 못 가게 말릴 것이 뻔했다. ****** 다음 날 오후. 여름은 차민우가 알려준 외국 은행으로 향했다. 한참을 기다리고 나서야 한 무리의 사람들이 덩치가 산만 한 남자와 나오는 것이 보였다. 남자는 검은 정장을 입었는데 딱 봐도 차민우의 중년 버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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