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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화

“일이 있어서 왔는데 방해될까 봐요.” 그따위 소리를 듣고 상당히 거북했지만 생각해보면 결국 자신이 자초한 일이라 울고 싶었다. “확실히 방해가 되고 있습니다만.” 최하준이 팔짱을 끼며 ‘나 바쁘다, 아주 바쁘다고’를 시전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김상혁은 최하준의 츤데레력에 손발이 다 오그라들었다. ‘며칠 동안 안절부절 기다리셨으면서 어쩜 그렇게 연기를 잘하시나요?’ 분위기를 좀 누그러뜨려 보려고 김상혁이 웃으며 말했다. “변호사님 드리려고 선물 들고 오셨나 봅니다?” “맞다, 아, 선물은 아니고 점심을 좀 만들어 왔는데요.” 여름이 급히 도시락을 꺼냈다. 최하준은 테이블에 있는 볼펜을 들고 돌리면서 조롱하는 시선을 보냈다. “다시는 나한테 밥 안 해주겠다고 하신 분이 누구시더라.” 여름은 이를 악물었다. 그래도 재빨리 억지로 웃는 표정을 만들어 냈다. “최 변호사님, 전에는 제가 뭘 잘 몰라서….” “지금 절 뭐라고 부르셨습니까?” 최하준이 사뭇 싸늘하게 볼펜으로 테이블을 탁탁 치면서 물었다. 여름은 깜짝 놀라서 대답했다. “최하준 씨?” 하준은 여전히 기분이 별로였다. 여름은 멘붕이 왔다. 남자의 마음은 정말이지 알 수가 없었다. 그 속을 대체 누가 알겠는가? 하나는 츤데레 질을 하고 하나는 바보짓을 하고 있는 꼴을 보고 있자니 김상혁은 눈을 가리고 싶었다 “전에 부르시던 대로 부르시면 됩니다.” “아~ 쭌?” 여름이 갑자기 알았다는 듯 큰소리로 외쳤다. 최하준은 그 소릴 듣고 와락 몰려오는 부끄러움을 덮으려고 김상혁에게 눈을 부라리며 되레 화를 냈다. “자네는 할 일 있지 않았어? 나가보지.” “죄송합니다.” 김상혁이 고개를 숙이고 후다닥 문을 열고 나갔다. “저분 잘못이 아니에요.” 여름이 결국 착한 김상혁을 위해 한마디 거들었다. 최하준은 기분이 좋지 않은 듯 벌떡 일어나 여름을 쳐다봤다. “지금 내 앞에서 다른 남자를 감싸주는 겁니까?” “......” ‘사람이 이렇게 쪼잔하다, 글쎄!’ 여름은 어이가 없었다. 여름은 입술을 한 번 깨물더니 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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