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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화

“네. 이민수죠.” 최하준이 곁눈질로 여름을 흘끗 봤다. “얌전히 입을 제일 잘 다물고 있는 사람은 ‘죽은 사람’이죠, 알겠습니까?” 여름은 한기가 든 듯 몸을 떨었다. 눈은 분노로 활활 타올랐다. ‘이민수, 이 인간 말종 같으니. 아무리 그래도 내가 사촌인데….’ “저기… 조건을 좀 수정해도 될까요?” 잠시 진정한 뒤 여름이 쭈뼛거리며 물었다. 정말이지 다시는 최하준의 돌보미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게다가 이건 무기한 계약이었다. 너무 가혹하다. “좋습니다.” 최하준이 씩 웃었다. “그러면 공정한 마켓 프라이스대로 가죠. 제 수임료는 최소 600억입니다. 그리고 강여름 씨 사건은 난이도가 상당합니다. 동성 최고 세력가라는 주화그룹를 상대해야 하니까요. 이렇게 합시다. 그래도 아는 분인데 20% 할인해서, 480억으로 합시다.” “480억이오? 날강도잖아?” 여름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얼마나 운이 좋은지도 모르시는군. 밖에 나가면 더 주고라도 날 소송에 데려가려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 줄 압니까?” 최하준이 일어섰다. “싫으면 그만두시죠. 나도 요즘 스케줄이 빡빡했는데.” 최하준은 말을 마치고 문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열 받게도 강여름이 자기를 불러 세우지 않는 것이었다. ‘이 멍청이가, 내 옆에 있을 기회를 대놓고 줬는데도 안 잡아? 좋아, 애걸복걸할 때까지 내가 기다려 주지.’ 최하준은 힘껏 문을 밀치고 나갔다. ****** 20분 뒤 윤서가 돌아왔다. 얘기를 듣더니 복잡한 심경으로 상황을 정리했다. “내가 보기에 하준 씨가 너한테 마음이 없는 것도 아니야. 아니면 잠자리 얘기는 왜 꺼냈겠어? 게다가 다른 남자랑 둘이 밥도 먹지 말라는 거 봐라. 질투하는 거라니까?” 여름은 한사코 부정했다. “아니야. 아무래도 날 평생 무료 도우미로 곁에 묶어두려는 것 같아. 나 그거 정말 너무 하기 싫어. 전에 같이 살 때 내가 얼마나 마음이 답답했는지 아니?” “어쩔 수 없네. 그런데 내가 볼 때는 지금 정말 널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하준 씨밖에 없는 것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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