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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화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가 다시 잘 조사해 보겠습니다.” 오 경사가 진지하게 듣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까지 살해할 마음을 품을 정도라면 가차 없이 조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 경찰서에서 나올 때 여름의 얼굴은 사뭇 어두웠다. 하준은 여름이 화가 난 줄 알고 비위 맞추듯 말했다. “미안해. 전성이 보낸 톡은 경찰에게 보여줄 수 없었어. 괜히 적이 우리를 경계하게 만들 수도 있잖아? 추신은 지금 세가 어마어마해서 충분한 증거가 없이는 무너뜨릴 수 없어. 그때까지 전성의 신분은 노출되면 안 돼. 안 그랬다가는 양하의 죽음도 헛된 것이 될 거야.” “알아.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나도 바보는 아니거든.” 여름이 저도 모르게 짜증스럽게 답했다. “경찰이 계속 조사를 한대도 뭐 그럴싸한 결과가 나오지는 않을 것 같은데.” 하준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그건 모르지. 배후의 지시자를 찾아내지 못한대도 놈들에게 타격은 될 거야. 양유진이 움직인 건 추신의 킬러야. 경찰이 계속 파다 보면 분명 추동현도 누군가가 자기 등 뒤에서 문제를 일으켰다는 사실을 알게 될 거야. 그래도 추동현이 가만히 있을 것 같아?” 여름은 흠칫해서 하준을 쳐다보았다. “당신도 아주 바보는 아니네?” “……” 하준이 황당한 얼굴을 했다. 여름이 지금 예전에 자신이 백지안에게 속아 넘어갔던 일을 비꼬는 것이라는 건 누구나 알 수 있었다. 여름이니 그냥 이 정도로 대충 넘어가지, 다른 사람이었다면 가만두지 못했을 것이다. “자기야, 난 이제 예전과는 달라….” “백지안이 스티븐을 자기 변호사로 선임했다던데, 내일 재판 열리는 날이지?” 여름이 갑자기 확 주제를 바꾸었다. “자기가 내 일에 그렇게 관심이 있었어?” 하준이 은근하게 웃어 보였다. 여름은 가식적인 웃음을 지었다. “그럼, 우리가 이혼할 때는 한 푼도 안 주고 내쫓더니 백지안하고 헤어질 때는 그 어마어마한 위자료를 물어주었다는데 관심이 없을 수가 있나?” “……” 하준은 마침내 ‘도끼로 제 발등 찍는다’는 게 무슨 소린지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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