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3화
여름은 힘껏 밀어냈다.
그러나 양유진은 미친 것처럼 고집을 부렸다. 피부가 마찰되어 아플 지경이었다.
결국 여름은 손에 잡히는 베개를 휘둘러 양유진의 머리를 내리쳤다.
순간 고개를 든 양유진의 눈에는 모골이 송연하도록 싸늘한 한기가 넘쳐 흘렸다.
달빛 아래 비친 양유진의 얼굴에 여름은 몸을 떨었다. 그런 양유진은 너무나 공포스러웠다.
그렇다. 공포스러운 모습이었다.
여름이 양유진에게 공포를 느끼는 날이 오다니.
그러나 몇 초 뒤에 양유진은 다시 부드러운 표정을 회복하더니 실망과 고통이 섞인 얼굴을 했다. 여름은 방금 자기가 뭘 잘못 본 게 아닐까 싶었다.
“그렇게나 내가 싫습니까?”
양유진이 눈시울을 붉히며 여름을 바라보았다.
“아, 아뇨. 싫어하지 않아요.”
여름이 몸을 옹송그렸다. 절망적인 느낌으로 입을 열었다.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여름도 하고 싶지만 몸이 이렇게 거부하는 걸 어쩌겠는가?
그런데 오늘 하준이 입을 맞출 때는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았었다.
하준에게서 나는 냄새마저도 좋아했다.
하준에게서 키스를 받으면 이성이 날아가고 머리가 하얗게 비어 버리는 경험을 하곤 했다.
여름의 몸은 아무래도 하준에게 익숙해져서 다른 남자를 받아들일 수 없게 되어버린 듯했다.
여름도 미칠 지경이었다.
“유진 씨, 우리….”
“그만.”
양유진이 갑자기 여름의 말을 막았다.
눈에는 당황스러움과 절망이 가득했다.
“날 나무라지는 말아주세요. 여름 씨를 그 오랜 세월 사랑했고 어렵사리 결혼까지 했어요. 이제 마침내 여름 씨와 함께하게 되었는데 아직도 날 이렇게 거부하다니 대체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네요.”
여름은 말문이 꽉 막혔다.
야유진의 말은 여름의 죄책감을 더했다. 그러나 이상하게 마음도 더 닫혀버렸다.
여름은 어쩔 줄을 몰랐다.
“쓸데없는 생각 말고 쉬어요. 더는 강요하지 않을게요. 나 때문에 놀랐죠? 오늘은 내가 잘못했어요.”
양유진이 여름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돌아서 나갔다.
문을 나설 때 양유진의 눈은 한기로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강여름,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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