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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화

윤서는 여름과 십 년을 넘게 알고 지냈지만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지는 처음 알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계속 뒤를 보고 있더니…. “그래요.” 하준이 씩 웃더니 뒷좌석 문을 열고 차에 탔다. 윤서는 다시 차를 출발시켰다. 차 안의 두 사람은 아무 말이 없었다. 너무 조용해서 견일 수가 없어진 윤서가 이야기 거리를 찾아냈다. “왜 혼자서 걸어갔어요? 기사는요?” “찾을 수가 없어서요.” 하준이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 “폰은 아까 승강로를 기어오르다가 떨어트렸거든요. 그래서 연락처가 하나도 없어요.” “그러면 내 전화로 식구들한테 연락해 봐요. 병원 근처에 내려 줄 테니까 식구들에게 데리러 오라고 해요.” 그렇게 말하면서 윤서는 여름을 흘끗 쳐다보았다. 여름은 여전히 진지하게 게임에 집중하고 있었다. “됐어요. 아무 데나 내려 주세요. 가족들하고 그렇게 친하지 않아요. 친한 사람은 너무 나이 든 분이거나 너무 어리거나… 아니면 다른 사람하고 결혼해 버려서요….” 하준이 한껏 서글픈 얼굴로 말했다. 한창 게임에 열중하던 여름은 어이가 없었다. ‘아니, 내가 언제부터 자기랑 그렇게 사이가 좋았다고?’ 윤서는 당황한 나머지 입을 닫아버렸다. 20분쯤 지나서 마침내 하준을 병원에 내려줄 수 있었다. 하준은 차 문을 열고 내리다 말고 돌아보았다. 조각 같은 얼굴이 병원 특유의 창백한 조명을 받아 한껏 가련한 느낌을 주었다. “돈 좀 빌려줄 수 있어? 지갑도 아까 떨어트려서 진료비 낼 돈도 없는데, 아침 지금 주혁이도 병원에 없거든. 지금 학회 참석 중이라서.” 이제 여름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우리가 무슨 바보인 줄 알아?” “정말이야. 오늘 송 의원이 주혁이도 초대했었는데 오늘 학회 참석해야 해서 못 왔다니까” 하준이 억울하다는 듯 설명했다. 그 점은 윤서가 확언할 수 있었다. “어, 진짜야.” 하준이 바로 말을 이었다. “내 형편이 예전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치료비를 못 갚을 정도는 아니야. 못 믿겠으면 뒤져보던지.” 여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특히나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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