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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0화

“꼬드기다니 무슨 말이지? 남의 약혼자를 두고? 그 말은 내가 그쪽에 해야 할 말 아닌가? 오밤중에 남이 약혼자에게 전화를 해서 보고 싶다니, 무슨 뜻이지?” 임윤서가 눈썹을 치켜세웠다. “세컨드가 되고 싶은 거야?” “누구더러 세컨드래? 영식이가 사랑하는 건 난데!” 백지안은 분이 치밀었다. “영식이는 지금 그냥 겉으로만 너랑 약혼한 척하는 것뿐이라고!” “겉으로 그런 척하다니? 무려 양가 부모님을 다 모시고 정한 명실상부한 약혼이라고. 게다가….” 윤서는 갑자기 입을 막고 ‘읍! 읍’하는 소리를 냈다. “아우, 진짜. 입덧 때문에 죽겠네. 미안.” “이…임신을 했어?” 백지안은 멘탈이 나갔다. 이게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리란 말인가! “영식이 애라고?” “아니면 누구 애겠어? 네 오빠 덕분에 애가 생겨버렸지 뭐야?” “말도 안 돼!” 백지안은 전혀 진정할 수가 없었다. “영식이는 널 사랑하지도 않는데!” “그래도 애는 사랑하더라? 방금도 밥 해주고 갔는걸.” 윤서가 트림을 했다. “음식 솜씨 좋던데. 음식 하는 모습을 보니까… 어쩐지 좀 반해버렸지 뭐야. 저렇게 괜찮은 남자를 너한테 그냥 주기는 좀 아깝더라.” “두고 봐. 임신했어도 다 소용없을걸.” 백지안은 소리를 꽥 지르고 전화를 끊었다. 분노에 날뛰는 소리를 듣고는 임윤서는 속이 다 시원에서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3년 전에 백지안이 윤서와 강여름을 얼마나 괴롭혔던가. ‘이제 마침내 원수를 갚아보네. 아오! 속 시원해! 헤헷, 여름이한테 자랑해야지~’ 그런데 여름은 윤서의 말을 듣더니 한동안 잠자코 있다가 야단을 시작했다. “너무 경솔했어. 백지안이 그렇게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고. 녹음이라도 해서 송영식에게 들려주면서 네가 속으로 딴생각 품고 있다는 식으로 나쁜 이미지 심어주면 어쩔 거야?” 윤서는 가슴이 철렁했다. 한참 만에야 겨우 대꾸를 할 수 있었다. “어떤 의미로 내가 꿍꿍이가 있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내가 송영식이랑 진짜 어떻게 해보겠다는 생각은 없는데?” “그러면 됐어. 네 생각만 정확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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