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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장

이서현은 김도하가 이렇게까지 말이 통하지 않을 줄은 몰랐다. 그녀는 싸늘해진 목소리로 답했다. “김도하 씨, 잘 조사해 보고 얘기하시죠. 임태연이 먼저 날 건드렸어요. 임태연이 앞뒤를 자른 영상을 공개하지 않았으면 네티즌들이 나를 폭행하고 심지어 황산까지 뿌렸을까요?” 황산이라는 말에 김도하의 눈가에 의아함이 스쳤지만 이내 사라졌다. “그래서 김강인과 함께 있는 거야? 심지어 핸드폰까지 손에 넣고?” 김도하는 이서현이 김강인에게 무슨 약을 먹인 건지 궁금했다. 평소에 접점이 별로 없는데 김강인이 왜 그녀를 좋아하게 된 건지 의문이었다. 그리고 김강인은 그녀를 위해서라면 공공연히 그와 말다툼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여기까지 생각한 김도하는 더 고약한 말을 내뱉었다. “이서현, 정말 내 숙모가 될 수 있을 거로 생각하는 건 아니지? 나랑 결혼했는데 김씨 가문에서 다시 네가 김강인과 결혼하는 걸 허락할 거로 생각해?” 이런 비윤리적인 일을 입 밖에 내면 웃음거리가 될 뿐이었다. 이서현이 아무리 김강인을 사랑한다고 해도 김씨 일가의 나이 든 사람들은 절대 그녀를 다시 김강인의 아내로 받아주지 않을 것이다. 이서현이 화를 내는 대신 웃으며 물었다. “김도하 씨, 당신처럼 더럽게 생각하지 않아 주면 안 될까요? 자기가 더러운 짓을 하고 있으니까 다른 사람도 당신처럼 더럽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죠? 삼촌은 저를 보호해 주기 위해 다쳤어요. 심각한 부상 때문에 전화 받을 수도 없어서 제가 대신 받은 거고요.” 김도하는 코웃음을 쳤다. 그녀의 말을 믿지 않는 모습이었다. “김강인이 당신을 보호했다고? 이서현, 속이려면 그럴싸한 이유라도 대야지.” 이서현은 더 이상 그와 싸울 의사가 없었다. “김도하 씨, 데이터도 비싸지 않은데 먼저 인터넷에 접속해서 내가 리트윗한 영상 좀 보고 다시 와서 얘기하실래요? 정 안 되면 제가 데이터 만 원 정도 충전해 줄게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이서현이 무뚝뚝한 얼굴로 전화를 끊었다. 이서현은 김강인과 가까운 곳에 앉아 있어 그녀와 김도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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