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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장

김수영 쪽에서는 여러 목소리가 들려왔다. 임태연도 당연히 듣고 있었다. 임태연은 안색이 변하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 “당신... 이서현이 아니에요?” 김수영은 하도 어이가 없어서 웃음만 나왔다. “저는 김도하 동생이에요. 설마 오빠가 제 번호 저장 안 했어요?” 임태연은 무의식적으로 대답했다. “네, 저장되어 있지 않은 번호예요...” “...” 다른 의미로 한 번 더 어이없는 순간이었다. 오늘처럼 매 순간이 어이없는 건 또 처음이었다. “됐으니까 이만 끊을게요. 오빠가 나오면 당장 본가로 돌아오라고 전해줘요. 할아버지 명령이에요.” 말을 마친 그녀는 씩씩대며 전화를 끊었다. 그러고는 김상철의 곁으로 걸어갔다. “할아버지 괜찮으세요?” 김상철의 호흡은 아직도 진정되지 않았다. 그는 완성된 구절 하나도 말할 수 없었다. 그는 무기력하게 손을 들어 이서현을 가리켰다. 자책하는 모습으로 말이다. 그는 자신이 두 사람을 무리하게 결혼시킨 탓에 이서현이 고생했다고 생각했다. 안 그러면 이서현은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었을 것이다. “서... 현아... 왜... 왜 나한테... 말... 하지 않고... 숨겼어? 이, 이런... 일은... 내가... 내가... 도와주, 줄 수... 있는데...” 김도하가 바람을 피우다 못해 다른 여자의 집까지 들어갔는데도 이서현은 잘 지내는 척 연기했다. 그래서 김상철은 두 사람이 진짜 잘 지내는 줄 알았다. “콜록콜록...” 김상철은 격렬하게 기침했다. 이서현은 박기태가 전한 알약을 받아서 물과 함께 그에게 먹여줬다. “할아버지, 진정하세요. 할아버지 건강이 우선이에요.” 김상철의 손은 여전히 덜덜 떨렸다. 김도하가 이런 망신을 줬는데 어떻게 화내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이서현은 부드럽게 그의 등을 토닥이며 천천히 진정시켰다. “할아버지가 화를 낼 가치도 없는 일이에요. 저는 할아버지 건강이 제일 소중해요.” 김상철은 묵묵히 이서현을 바라봤다. 그렇게 반 시간 정도 지난 다음에야 호흡이 가라앉았다. 그는 한숨을 쉬며 지팡이를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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