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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장

이서현은 웃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차 안의 공기는 순식간에 어색함이 감돌았다. 잠시 후 김도하는 이서현에게 서류 봉투를 건네주며 말했다. “열어봐.” 이서현은 다소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받아 들고 입구를 개봉하여 안에 들어 있던 서류를 꺼냈다. 그리고 상단에 큼지막하게 적힌 ‘양도 계약서'라는 글자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5분 뒤, 그녀는 문서 내용을 한 글자도 빠짐없이 확인했다. 이내 고개를 돌려 긴가민가한 표정으로 물었다. “라움빌딩 옆에 있는 사무실 건물 23층을 진짜 양도해줄 거예요? 그것도 전체 층을?” 김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널 속일 이유가 없잖아.” 이서현은 입술을 살짝 깨물고 그의 표정에서 실마리라도 찾으려는 듯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빤히 응시했다. “나중에 다시 돌려달라고 하는 건 아니겠죠?” 김도하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서 비서한테 23층을 통째로 계약하라고 했으니 이따가 서류에 사인만 하면 돼. 몇십억은 고작 이엘 그룹의 하루 매출에 불과한데, 내가 다시 돌려받을 정도로 쪼잔한 사람처럼 보여?” 이서현은 말문이 막혔다. 역시나 재벌가다운 멘트였다. 하지만 나쁘지는 않았다. 확답을 들은 이서현은 서류를 조심스럽게 접어 가방에 고이 모셔두었다. 이내 먹잇감을 지키는 암사자처럼 가방을 품에 꼭 끌어안고 입꼬리를 올렸다. 이를 본 김도하는 어이가 없었다. 그녀의 모습을 보자 지난 3년 동안 금전적인 지원을 너무 적게 해준 건 아닌지 싶은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그렇지 않으면 고작 몇십억에 불과한 부동산을 보물처럼 여길 필요가 있겠는가? “서 비서가 평소에 돈 안 줬어?” 김도하는 한숨을 내쉬더니 문득 물었다. 그가 알기로 서강준에게 매달 14억 원을 보내라고 했었다. 이서현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받긴 했는데 차마 쓸 용기가 없었어요.” 매번 김씨 가문 본가에 돌아갈 때마다 소위 친척이라고 떠들어대는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으름장을 놓으며 그녀에게 김도하의 돈을 함부로 쓰지 말라고 협박했다. 게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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