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7장
침대에 누운 이시연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육성재의 완벽한 얼굴과 그의 부드러운 말투뿐이었다.
하지만 곧 머릿속의 기억은 조금 전, 그의 입술이 자신의 손가락을 스친 장면으로 옮겨갔다.
그 부드러운 입술의 감촉은 그날 벽에 몰려 키스 당했던 기억보다 더 강렬한 아련함을 남겼다.
그러다 이시연은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깨닫고 스스로를 때릴 뻔했다.
‘이러면 안 되지! 정말 말도 안 된다고!’
그렇게 뒤척이다 이시연은 결국 늦잠을 자고 말았다.
유도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이시연은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특히 오후에 서준태에게서 내일 오후 회사로 오라는 전화를 받았을 때 더 그랬다.
그녀는 미리 유도현에게 말을 꺼냈고 그는 흔쾌히 허락해 주었다.
하지만 그녀의 죄책감은 점점 깊어졌다.
몇 년간 일하면서 개인적인 문제로 이렇게까지 일을 몇 번이나 지연시킨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준태가 그렇게 급하게 자신을 부르는 게 이상하게 느껴졌다.
다음 날, 서준태의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이시연은 그 이상함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그곳에는 강이준도 있었고 그는 이시연이 들어오자 자리에서 일어나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시연아.”
부드러운 말투였다.
뒤이어 이시연은 강이준을 힐끗 바라보며 다시는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말하려 했다.
하지만 서준태의 바보 같은 맑은 웃음을 보고는 그저 눈살을 찌푸릴 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대표님, 이렇게 급하게 부른 이유가 뭔가요?”
이시연이 자신의 말을 완전히 무시하자 강이준은 복잡한 감정을 억누르며 자리에 앉았다.
“시연 씨, 정말 좋은 소식이라 급히 부른 거야. 앉아봐.”
서준태는 그녀를 소파에 앉히며 강이준과 마주 보게 했다.
그러자 이시연은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
다른 사람과의 접촉도 불편했지만 강이준과 마주 보는 상황은 더욱더 원치 않았으니 말이다.
자존심 강한 강이준의 성격으로 볼 때, 자신이 그렇게 단호히 거절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돌아오라고 애원하는 게 이시연은 믿기지 않았다.
그러나 늦게 찾아온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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