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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장

송민준과 헤어졌을 때는 이미 저녁이라 이시연은 제작팀으로 돌아가지 않고 바로 호텔로 돌아갔다. 코너를 돌았는데 강이준이 또 방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냥 방을 확 바꿔버릴까?’ 강이준은 이미 그녀를 발견하고 다가오고 있었다. “시연아.” 이시연은 고개 들어 얼음보다도 더 차가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무슨 일인데?” 이시연이 자신을 차갑게 대하는 건 당연한 거로 생각했지만 정작 이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습관 되지 않았다. ‘이런 말투로 말하지 않으면 안 되나?’ 강이준은 멈칫하면서 화제를 돌렸다. “시연아, 오늘 아라가 날 따라다니던 이유를 설명하려고 왔어.” 이시연은 여전히 표정 변화 하나 없었다. “나랑 상관없는 일이야. 설명할 필요없어.” 강이준은 마음이 조급해졌다. “전에 내 일이면 네 일과도 같다고 하지 않았어? 시연아, 아라랑 정말 며칠만 함께 있을 계획이었어. 연예인 할 운명인데 비서 일을 하기에도 어울리지 않아. 어차피 전망도 없는 직업이었어.” 이시연은 어이가 없어 피식 웃고 말았다. “전망도 없는 직업을 왜 나한테 넘기려고 하는거야.” 강이준은 멈칫하고 말았다. “그 뜻이 아니라 너는 매니저잖아. 이러면 내 옆에도 계속 있을 수 있고. 싫어?” “싫어.” 이시연은 강이준에게 미련 주지 않으려고 아주 깔끔하게 거절했다. 강이준이 잠깐 망설이다가 말했다. “그래. 너의 꿈은 감독이잖아. 맨날 내 옆에 있는 것도 안 되지.” 강이준은 애써 냉정해지려고 했다. “그리고 내가 일도 많이 시키지 않겠다고 했잖아. 네가 감독하면 내가 남자주인공을 하면 되잖아. 얼마나 좋아. 넌 안목이 뛰어나서 시나리오도 잘 볼 거야. 암튼 우리 둘은 늘 함께 있는 거야.” 이시연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강이준이 연기의 신으로 거듭난 뒤로 업무량은 그 전보다도 더 늘었다. 매니저 일을 그만둬서야 공부할 시간도 나고, 작은 작품들도 제작할 수 있었다. 예전에도 강이준을 남자주인공으로 시켜주겠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시간이 없다면서, 작은 작품을 할 바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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