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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장

화가 치밀어오른 송민준은 강이준과 장아라를 향해 삿대질했다. “둘이 정말 가관이네!” 강이준은 송민준이 오해하고 있다는 걸 눈치채고 이 상황을 설명해보려고 했다. “난 시연이한테 미안한 짓을 한 적 없어. 요즘 아라가 악플에 시달리고 있어서 혼자 집에 내버려 뒀다간 이상한 생각을 할까 봐 데리고 다니는 거야. 어차피 나 때문에 벌어진 일이잖아.” 안 하기보다도 못한 설명이었다. 송민준은 강이준과 말도 섞기 싫어 뒤돌아 이곳을 떠나려고 했다. “송민준.” 강이준이 그를 불러세웠다. “며칠 지나 아라의 억울함만 씻어주면 다시는 연락하지 않을 거야.” 옆에 있던 장아라는 억지 미소를 지으면서 주먹을 꽉 쥐었다. 강이준은 장아라한테 진 빗을 갚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송민준의 일그러진 표정을 보고 있자니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송민준의 얼굴은 여전히 일그러져 있었다. “네가 한 말을 꼭 지키는 것이 좋을 거야. 아니면 다시는 나한테 이런 짓 시키지 마! 시나리오는 시연 씨가 잠깐 고민해 보겠다고 했어. 아직은 의심하는 것 같지 않아. 시나리오를 다 보고 나서 생각이 정리되면 연락하라고 했어.” 송민준은 싫증난 표정으로 이시연을 힐끔 쳐다보았다. “네가 저지른 일들 해결되면 나한테 연락해. 친구로서 약속을 꼭 지키길 바래.” 송민준은 말을 끝내자마자 차를 타고 쏜살같이 이곳을 벗어났다. 강이준은 마음의 상처를 입은 장아라를 안쓰럽게 쳐다보면서 위로했다. “민준이는 원래 직설적으로 말하는 스타일이야. 신경쓸 필요 없어. 지금 사태가 수습되면 연기에만 집중해. 괜한 소문이 돌기 전에 연락을 줄이자고.” 장아라는 속상한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그러다 하마터면 이런 질문을 할 뻔했다. ‘왜 하필 이시연이어야 해? 이시연이 할수 있는 거, 나도 똑같이 할수 있는데. 매니저든, 비서든, 전혀 이시연한테 꿀리지 않고 똑같이 잘 해낼 수 있다고!’ ... 제작팀에서 하루 종일 바빴던 이시연은 저녁에서야 송민준이 건넨 시나리오를 볼 수 있었다. 강이준과 송민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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