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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장

옷에서 땀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홀딱 젖은 강이준은 드디어 소원을 비는 나무 아래에 도착하게 되었다. 이 나무는 상상보다도 더 경관이었다. 수많은 자물쇠가 걸려있는 이 나무에는 여러 사람의 소원이 가득 걸려있었다. 하지만 강이준은 이 광경을 감상할 여유조차도 없이 혼자 중얼거렸다. ‘나무에 걸려있다고 했어...’ 강이준은 미친 듯이 자신을 위해 걸어놓았던 자물쇠를 찾기 시작했다. 이때, 빨간색 자물쇠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몸통이 갈라진 자물쇠에서 이시연의 글씨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강이준, 한평생 평안하고 바라는 모든 것을 이루길.] 강이준이 떨리는 목소리로 흥분하면서 말했다. “시연이 글씨체 맞아! 내가 뭐랬어. 시연이가 아직 날 사랑한다고 말했잖아.” 하지만 이내 강이준은 동공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왜 몸통이 갈라져 있을까? 어느 새끼가 일부러 망가뜨린 게 틀림없어!” 강이준의 고함에 다른 등산객들이 눈살을 찌푸리면서 쳐다보았다. 송민준이 대신 사과하면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강이준, 흥분하지 마. 돌아가서 시연 씨한테 잘 설명해봐.” 강이준은 듣지 못했는지 여전히 중얼거리고 있었다. “어떻게 갈라질 수가 있지? 다른 자물쇠에 글을 옮겨도 이 소원이 유효한가? 마음을 다해 쓰면 유효할 거야. 시연이도 날 용서해 주겠지?” 이 질문에 송민준은 대답할 수가 없어 아예 시선을 돌렸다. 그러다 갈라진 자물쇠를 봤는데 밑에 강이준과 이시연의 이름이 적혀 있는 것이다. 심장이 쫄깃해진 송민준은 강이준한테 보여주지 않으려고 막아보려고 했다. 하지만 강이준도 눈치채고 글씨를 확인한 순간 동공이 확장되면서 움직이지 못했다. [강이준과 이시연, 오래오래 함께하길.] 호흡조차 할수 없는 강이준은 갈라진 자물쇠를 다시 보는 순간 가슴이 미어지게 아파져 와 허리를 숙이고 말았다. 이에 송민준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강이준!” “헤어지자는 말,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 진짜였어... 그런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강이준, 정신 차려. 이것으로 아무것도 설명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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