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장
강이준의 차가 갑작스레 옆의 가로수를 향해 돌진했다. 타이어가 터지고 유리가 깨지는 커다란 소음이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에어백이 튀어나와 충격을 대부분 막아주었지만, 강이준은 여전히 머리가 멍하고 어지러웠다.
죽음의 문턱을 아슬아슬하게 지나친 공포감과 분노로 들끓는 감정이 뒤섞이며 가슴을 뜨겁게 태웠다. 마치 그를 재로 만들어버릴 듯한 불길이었다.
귓가에 울리던 이명이 서서히 사라지자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른 차량의 운전자인 덩치 큰 남자가 창밖에서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퍼부었다.
“야, 죽고 싶으면 혼자 죽어야지 왜 나까지 끌어들여! 미쳤어?!”
오른쪽에는 철제 난간이 있었고 사이드미러와 유리는 이미 산산조각이 난 상태였다.
깨진 유리 조각이 튀어 강이준의 팔을 베었는지 팔뚝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원래 다쳤던 손등도 더 흉하게 보였다. 하지만 상처가 저릿할 뿐 통증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덩치 큰 남자는 강이준이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 또다시 욕을 퍼부으려 했지만, 흘러내리는 피를 보고 잠시 멈칫했다.
잠시 후, 그는 정신을 차린 듯 말했다.
“네가 신호 위반한 거잖아! 그러니까 네가 피 흘리는 건 내 책임 아니라고!”
강이준은 남자의 말에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멀리 사라져버린 검은 마이바흐가 지나간 방향을 응시했다.
이시연...
그의 입가에 냉소가 서렸다. 이윽고 덩치 큰 남자를 돌아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내뱉었다.
“꺼져.”
덩치 큰 남자는 얼굴을 찡그렸고 마침 교통경찰이 현장에 도착했다.
남자의 차량에는 별다른 손상이 없었고 사고 원인이 강이준 쪽에 있는 것으로 확인되자 경찰은 간단히 상황을 정리하고 그를 돌려보낼 준비를 했다.
강이준은 형식적으로 몇 마디 대답하며 응대했지만, 그의 머릿속은 오직 이시연과 다른 남자가 다정히 웃던 모습으로 가득 차 있었다.
분명 어젯밤까지만 해도 그녀를 한동안 내버려 두기로 마음먹었던 그였다.
하지만 지금은 머릿속이 온통 뒤바뀌었다.
‘더러운 냉정 따위는 집어치워. 억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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