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장
육성재는 여전히 단정한 정장 차림이었다. 그의 키는 아주 컸고 어깨도 넓었다. 셔츠의 단추는 두 개 정도 풀려 있어 마침 그의 근육질 가득한 쇄골이 보였다.
똑바로 서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의 눈빛은 술에 취한 티가 나게 흐리멍덩했다.
모든 것을 가진 완벽한 남자가 술에 취약하다니 이시연은 순간 육성재가 귀엽게 느껴졌다.
그는 손을 뻗어 벽을 지탱하며 중심을 잡았다.
그의 얼굴은 아주 잘생겼다. 눈을 반쯤 내리깐 채 서 있는 그의 모습은 작품 같았고 짙은 눈썹과 담담한 눈매는 산 위에 내려앉은 하얀 눈처럼 차분하고 맑은 듯했다.
아마도 취한 탓인지 손짓 하나, 움직이는 모든 동작에서 흐느적거리는 느낌이 묻어나지만 그런데도 품위와 기품은 감출 수 없었다.
김정우가 설명했다.
“오늘 거래처와 일정이 있으셨던 건 아닙니다. 그저 친구끼리 모임을 가진 것뿐인데 술 몇 잔으로 이 상태가 되셨습니다.”
“시연 씨가 집에 있으니 그럼 전 안까지 들어가지 않겠습니다. 대표님께서 술을 많이 마신 건 아니니 시연 씨가 따듯한 물 한 잔 주고 소파에 앉혀 두면 점차 술 깰 겁니다.”
김정우는 육성재를 이시연에게 넘겼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대답하자 바로 떠나버렸다.
문이 달칵 소리를 내며 닫혔다.
이시연은 육성재를 부축한 채 현관 바닥에 앉아 입을 열었다.
“삼촌, 일단 신발부터 벗어요.”
육성재는 아주 고분고분했다. 이시연은 바닥에 앉은 채로 고개를 들어 눈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육성재가 고개를 숙여 그녀를 빤히 보고 있었을 줄은 누가 알았으랴. 그의 그윽한 두 눈에서는 욕망이 솟구치고 있었다.
“삼촌?”
이시연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 순간 잊으려고 애를 썼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깊은 바다에 빠진 것처럼 점차 그녀의 의식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정말 미치겠네!'
그녀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 뒤로 물러나려고 했으나 한발 빠른 육성재가 그녀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았다.
“시연아.”
이시연은 순간 숨을 참았다. 그녀가 누군지 알아보고 있었다.
순간 안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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