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8장

예전 같았으면 모든 불만을 속으로 삭이고 혼자서 감내했을 거다. 비서에게 직설적으로 질책을 퍼붓는 행동 따위 더더욱 하지 않았겠지. 반년 동안 알게 모르게 삼촌의 영향을 받았다... 그녀는 시선을 내린 채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모부, 아저씨, 안녕하세요.” 여상빈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했다. “몇 년 동안 못 본 사이에 시연이는 아가씨가 다 됐네. 걱정하지 마. 아저씨가 너 대신 저 눈치 없는 놈 제대로 혼낼 테니까.”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 “이모부, 아저씨랑 단둘이 얘기 좀 해도 돼요?” 두 사람 모두 잠시 멈칫했고 순간적으로 오래전에 돌아가신 그녀의 부모님을 떠올렸다. 육성준은 보온병을 들고 다정하게 말했다. “가 봐. 사무실에서 기다리지.” 여상빈은 그녀를 이끌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몇 년 동안 너무 바빠 시간 내서 널 보러 가고 싶어도 네가 낯설어할까 봐서 걱정이었어.” 진심이든 아니든, 예의상 하는 말이어도 이시연은 부드럽게 답하며 말을 이어갔다. “아저씨, 그때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엘 그룹에서 핵심 기술 유출 사건이 터졌는데 이 두 가지가 연관이 있나요? 저희 부모님의 죽음은 사고가 아니라 누군가 고의로 해친 거죠?” 상냥하고 자애롭던 여상빈의 미소가 점차 굳어졌다. “그때 사건에 숨겨진 사실이 있다고 의심하는 거냐?” 그의 반응에 이시연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럼 아닌가? 그녀는 그런 생각을 하며 물었다. “네. 그때 부모님은 전화를 받고 급하게 집을 나갔어요. 아빠가 집을 나설 때 휴대전화를 가지고 나갔던 게 분명히 기억나는데 경찰서 서류에는 없대요. 결국엔 사고로 정리됐고 그 뒤에 이엘 그룹 사건이 터졌는데 어떻게 관련이 없어요?” 그 말이 나오자 여상빈의 얼굴에서 미소가 완전히 사라지고 천천히 한숨을 내쉬었다. “시연아, 그동안 육씨 가문에서 잘 지냈어?” 이시연의 찡그린 미간은 풀릴 생각이 없었다. “잘 지냈어요. 다 저한테 잘해주세요.” “최근에 성재와 결혼했다고 들었는데 두 사람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