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장
이시연은 순간적으로 머릿속이 멍해졌다. 눈앞의 사람은 여전히 같은 외모를 하고 있었지만 마치 다른 영혼이 들어앉은 듯했다.
예전의 강이준은 무력하고 보잘것없었으나 그녀를 끔찍이 아꼈다. 누구든 그녀에게 조금이라도 나쁜 말을 하면 참지 않았고 작은 상처를 받는 것조차 용납하지 않았다.
그는 자전거에 그녀를 태워 하성의 맑은 강가를 따라 뛰놀았고 먼 곳까지 가서라도 그녀가 좋아하는 간식을 사다 주곤 했다.
돈을 벌면 가장 먼저 그녀에게 선물을 사줬다. 예쁜 옷과 화장품, 그리고 그녀를 웃게 하려고 정성껏 고른 신기한 물건들까지.
그뿐만 아니라 제작자나 투자자에게 그녀가 성희롱을 당할 땐 배역을 잃을 걸 알면서도 싸우고 심지어 주먹을 휘두르기까지 했다.
그들이 일 때문에 오랫동안 떨어져 있으면 일이 끝나자마자 그녀를 만나러 와서 끊임없이 그리움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지금의 강이준은 높은 곳에 올라서서 그녀를 내려다보며 평가하듯 차갑게 바라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보고 있었지만 어느 쪽도 말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 보였다.
이시연은 시선을 거두고 담담하게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와 거리가 몇 걸음 떨어졌을 즈음 강이준이 입을 열었다.
“시연아, 우리 얘기 좀 할까?”
“만약 또다시 싸울 생각이라면 얘기할 필요 없어.”
이시연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 긴 속눈썹이 만들어낸 그림자가 그녀의 눈동자를 가려 감정을 읽을 수 없었다.
그녀의 의도는 분명했다. 일과 관련된 대화는 하겠지만 사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강이준은 그녀가 제대로 대화하려는 거라고 생각했다. 단 이전처럼 날을 세우며 대립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굳이 대화를 이어갈 필요는 없다고 여겼다.
그 순간 차단당해 화가 났던 기분이 잠시나마 누그러졌다.
“요즘...”
강이준이 막 말을 꺼내려는 순간 누군가 그의 말을 가로챘다.
“오빠.”
장아라가 뒤에서 다가오며 말했다. 그녀는 이시연을 보고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시연 언니, 여기 웬일이에요? 혹시 데리고 온 신인들 보러 오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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