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3장

이시연의 이마는 뜨거웠지만 안색은 평소와 다름없이 핑크빛을 띠고 있어 정상적으로 보였다. 육성재는 침대 옆에 앉아 그녀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내가 가서 약 좀 가져올게.” 그의 목소리는 마치 어린아이를 달래듯 부드럽고 다정했다. 고개를 저은 이시연은 그가 여기 있으면 그동안 우진영과 얽혔던 일이 생각나지 않을 것 같았다. 언제든 그녀를 범하며 역겨운 짓을 할 준비가 되어 있는 듯 욕망으로 가득 찬 눈빛이 항상 뒤에서 따라다녔다. 하지만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그녀를 따라다니며 지켜보기만 했다. 이시연은 마치 변태 스토커에게 스토킹을 당하는 것처럼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동안 자신이 전부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그 눈빛을 다시 본 순간 이시연은 자신이 잊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쁜 기억은 마치 감염된 바이러스처럼 오랜 시간 퍼지지 않다가 어느 순간에 터져 나와 치명적인 상처를 입혔다. 이시연은 육성재의 손을 꼭 잡고 고개를 살며시 흔들며 애원하는 눈빛을 보냈다. “가지 말고 내 옆에 있어 줘요.” 잠이 들면 무섭지 않을 테니까. 길가에 웅크리고 있는 병든 새끼 고양이처럼 연약하고 불쌍한 모습이 사람의 연민을 불러왔다. 그녀는 남자의 옷깃을 꽉 움켜쥐고 놓아주지 않으려 했다. 육성재는 입술을 깨물고 몸을 숙여 상대를 다시 안았고 품에 안긴 사람은 안정감을 찾는 듯 팔을 뻗어 그의 목을 감쌌다. 육성재가 고개를 숙여 얼굴을 살짝 그녀의 이마에 갖다 대니 확실히 뜨거웠다. 이렇듯 다정한 행동이 이시연을 편안하게 했는지 눈에 띄게 풀어진 모습이 보였다. 육성재는 그녀를 거실 소파에 다시 눕히고 손을 들어 이시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같이 가면 안 돼요?” 이시연이 작은 목소리로 묻자 그녀를 내려다보던 육성재의 마음이 녹아내렸다. 그는 침울한 눈빛으로 남몰래 한숨을 쉬었다. “계속 내가 보일 거야. 가서 약상자 가져올게. 너 아프니까 약 먹어야 금방 나아.” 이시연은 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생각에 잠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