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3장
이시연은 핸드백을 들고 허소민에게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네, 육 대표님께 전달해 드릴게요.”
누가 함부로 떠들기라도 할까 봐 남들 앞에서 삼촌이라고 부를 수 없었다.
허소민은 여전히 입꼬리를 올린 채 옅은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어떤 옷인지 봤죠?”
그녀의 시선은 눈앞에 있는 사람의 얼굴에 단단히 고정되어 뭔가 이상한 낌새를 엿보려고 했지만 이시연은 재미없는 책을 읽는 것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기만 했다.
“네, 셔츠요. 그래서요?”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을 지은 그는 게임을 하면서 놀다가 방해받은 것에 살짝 짜증이 났다.
“혹시 막장 드라마나 소설 속 악녀처럼 남자가 대체 어쩌다 셔츠를 더럽힌 건지 물어보려는 건 아니죠?”
허소민은 그녀의 예상치 못한 돌직구에 생각이 흐트러졌고 준비했던 대사가 무엇인지도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본 이시연이 흥미를 잃고 문을 닫으려는 순간 허소민이 다시 문을 막으며 차갑게 웃었다.
“어떤 상황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까지 성재 씨 옆에 붙어 있고 싶어요?”
처음엔 허소민도 이시연을 눈여겨보지 않았다. 졸업한 지 2년도 안 돼 사회 경험이 없는 계집을 처리하는 건 그녀에게 식은 죽 먹기였으니까.
그런데 그녀가 연이어 수작을 부려도 그녀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할 줄이야.
마치 아무런 약점도 없고 하늘도 무섭지 않은 것 같은 모습에 허소민은 얼굴을 찡그렸다.
“할머니 애정 때문에 여기 있는 거잖아요. 그쪽을 얼마나 더 지켜줄 것 같은데요?”
무덤덤하던 이시연의 표정에 잠시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
할머니는 무병장수할 거다!
그의 표정 변화를 보며 허소민은 아픈 곳을 찔렀다는 생각에 기뻐서 말을 이어갔다.
“육성재 같은 남자는 그쪽을 사랑하지 않아요.”
이시연의 눈빛이 싸늘해지며 차갑게 웃었다.
“날 사랑하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절대 그쪽은 사랑할 일이 없겠죠. 그게 아니면 그렇게 오랜 세월 곁에 있었는데 아직도 함께하지 못했겠어요?”
반격하지 않으니 누굴 만만하게 보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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