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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장

나름 크고 작은 일들을 많이 겪어봤다고 자부하는 이시연도 강이준이 뱉은 첫 마디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늘 성격이 좋았던 전지유도 마음속으로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건 사적인 문제고 말하든 말든 본인 권리인데 그쪽이 뭐라고 질책해요?” 강이준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전지유 씨, 이건 우리 둘 사이의 일이지 그쪽과는 상관없어요.” “나랑 시연 씨는 친구니까 시연 씨 일이 내 일이에요.” 똑바로 몸을 세운 그녀는 표정이 진지해지며 주위 분위기마저 확 달라졌다. 이시연은 그녀가 발끈하는 모습에 손을 뻗어 달래듯 그녀의 팔을 어루만졌다. “내가 해결할 테니까 가서 저쪽 일이나 도와줘요.” 이시연은 거절하려는 그녀를 보며 이렇게 덧붙였다. “10분 안에 그쪽으로 갈게요.” 너무도 고집스러운 그녀의 모습에 전지유는 어쩔 수 없이 가면서도 자꾸만 뒤돌아보았다. 그러더니 김연호, 임지성, 주예은을 불러 네 사람은 멀지 않은 곳에 함께 서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강이준을 노려보기만 했다. “저 자식이 미친 짓이라도 하면 임지성 씨가 바로 가서 발차기로 제압해요.” 전지유가 낮게 당부하자 임지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멀리 떨어져 있어서 둘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들을 수 없었지만 강이준은 고개를 숙인 채 다소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시연아, 너를 탓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함께 지내온 시간이 긴데 내가 너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은 것 같아서 그래. 요즘은 네가 나를 정말 사랑한 건지 의심까지 들어. 날 사랑했다면 왜 그렇게 많은 것을 숨겼어?” 이시연은 줄곧 강이준과 그와 관련된 모든 일들을 아무런 흔들림 없이 마주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말을 들었을 때 저도 모르게 의구심만 가득 찼다. 작은 머리통은 온통 의문투성이였다. “내가 숨겼다고?” 그녀가 대놓고 말한 적은 없지만 육서진이 자신의 오빠이고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라고 여러 번 언급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강이준은 계속 이시연이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했다. 이시연은 어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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