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0장
“손목.”
육서진이 말하자 이시연이 삐었는지 빨갛게 부어오른 손목을 살펴보니 쓰리고 아팠다.
“약 있어. 근데 여긴 어쩐 일이야? 무슨 일 있어?”
“내가 무슨 일이 있겠어?”
육서진이 피식 웃었다.
“오늘 저 개자식과 만날 것 같아서 잉꼬 떼어놓으려고 왔다.”
그가 비아냥거렸지만 이시연은 짜증 대신 무기력함만 느꼈다.
강이준은 육서진을 좋아하지 않았고, 육서진 역시 그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예전에 사귀던 시절, 육서진은 강이준을 딱 두 번 만나고 사람이 별로니 감정이 깊어지기 전에 헤어지라고 했다.
당시 이시연은 사랑에 빠진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강이준도 그녀에게 잘해줬기에 그저 육서진이 강이준과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마침 강이준도 매번 육서진을 만날 때마다 불안해하는 것을 느꼈기에 이시연은 두 사람이 자주 만나게 두지 않았다.
지금까지도 이시연은 강이준과 만난 것에 대해 후회하지는 않았다. 그때는 진심으로 사랑했으니까.
다만 그 진심이 언제 변질됐는지 모르겠고, 너무 어리석었던 자신을 자책할 뿐이다.
이시연은 자꾸만 멀어지는 차창 밖 풍경을 바라보며 잠시 침묵을 지켰다.
육서진 역시 더 이상 그녀의 상처를 건드리지 않고 엘 타운하우스까지 데려다주었다.
“친구 만난다고 하지 않았어? 나랑 같이 들어갈 필요 없어.”
이시연이 손목을 움직여보니 아직 아팠다.
집안을 슬쩍 들여다보자 불이 켜진 걸 봐선 육성재가 있는 것 같아 육서진도 굳이 따라가진 않았다.
“가서 삼촌한테 부기 빼달라고 해.”
이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차에서 내려 마당으로 향했다.
여름 저녁은 여전히 무더웠고 폭염이 치마를 휘감았지만 소녀의 눈가에 쌓인 얼음은 녹이지 못했다.
강이준은 평생 얽힐 거라 말했지만 그의 성격상 그저 해보는 말이 분명했다.
손으로 문고리를 잡았어도 열지는 않다가 한참 후 손잡이가 움직이자 이시연은 서둘러 손을 놓았다.
문이 안쪽에서 열리자 방 안의 시원한 공기가 그녀의 얼굴에 닿았고 마음속에 있던 짜증이 조금은 사라졌다.
심플한 흰색 반팔에 검은색 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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