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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장

강이준은 이시연이 수렁에 빠져서 허우적대는 모습을, 그녀의 자존감과 자신감이 박살 나는 모습을 반드시 볼 거라고 마음먹었다. 강이준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안타깝다는 눈빛으로 말했다. “시연아, 가끔은 자신감이 너무 넘치는 것도 좋은 일은 아니야.” 이시연은 시선을 들더니 그의 눈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 말 그대로 돌려줄게.” 말을 마친 뒤 그녀는 어두운 안색의 강이준을 뒤로한 채 떠났다. 그들은 이미 오래전 엇갈렸다. 그러니 더 할 얘기도 없었다. 강이준은 문이 열렸다가 닫히는 걸 바라보았다. 문이 닫히는 딸깍 소리가 들려오자 마치 바위가 바닷속에 빠진 듯이 마음에 파문이 인 것만 같았고 그 때문에 마음이 괴롭기도, 복잡하기도 했다. 두 사람 사이가 그 문에 가로막힌 것만 같았고, 이제 더는 같은 세계 사람이 아닌 것만 같았다. 강이준은 주먹을 꽉 쥔 뒤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자신을 위로했다. 며칠만 더 기다리면 될 것이다. 회사를 떠난 뒤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깨달으면 이시연은 분명 다시 돌아올 것이다. 틀림없이 다시 돌아올 것이다. 이시연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걸음을 내디디며 회사 밖으로 나왔다. 고개를 들어 보니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이 보였다. 사실 공기가 꽤 후덥지근했는데 기분이 좋아서 그런지 그마저도 괜찮았다. 차에 탄 그녀가 시동을 걸기도 전에 전화가 울렸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번호였다. 강이준과는 금방 헤어졌으니 그에게서 걸려 온 전화는 아닐 것이다. 만약 그라면 바로 끊어버릴 것이다. 이시연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전화를 받았고 곧 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이시연 씨인가요? 전 드림 엔터 총괄 팀장 권상준이라고 합니다. 지금 데리고 계시는 연예인을 저희 회사로 데려오실 생각이라고 들었습니다. 제가 이 업무를 맡게 되었는데 혹시 오늘 시간 되시면 하성 본부에서 얘기 나눠보실까요?” 남자는 아주 예의 바른 어투로 자신의 용건을 얘기했다. 이시연은 눈을 깜빡이다가 심호흡을 두 번 정도 하며 고양감을 억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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