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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장

그런데 자리에 앉자마자 제일 보고 싶지 않았던 사람이 옆에 나타났다. 강이준은 어두운 표정으로 소파에 앉아있는 이시연을 바라보았다. “아라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경찰이 데려간 것도 네가 한 수작이지?” 며칠이 지났지만 장아라는 돈을 내고도 풀려나지 못한 채 여전히 경찰서에 잡혀 있었다. 원래도 분홍빛이 도는 하얀 얼굴이 술기운에 홍조가 한층 물들어 있었다. 이시연은 하얀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꾹 누르면서도 여전히 머릿속은 뚜렷했다. “내가 경찰까지 간섭할 정도로 대단한 사람인가? 강 배우님은 이럴 때만 날 대단하게 생각하네.” 한 마디에 강이준은 빠득 이를 갈았다. 이젠 날카롭게 쏘아붙이는 나쁜 버릇도 생겼다. “유정 엔터에서 최근 2년간 밀어주는 여배우가 있어. 유정 엔터 임원 딸인데 몇 번이나 나한테 들이대도 내가 다 거절했어.” “그래서?” 고개를 든 이시연의 태연한 표정은 깊은 밤 차갑게 빛나는 달 같았다. “이시연, 내 말 못 알아들어? 난 너를 위해 그 많은 호의와 유혹을 거절했는데 넌 밖에서 다른 남자들을 만나고 다니면 나한테 안 미안해? 우리 감정에 죄책감이 들지도 않아?” 말하며 강이준은 억누르지 못한 분노가 얼굴에 담겼고 두 눈에 이글거리는 불빛은 눈앞의 사람을 재로 태워버릴 기세였다. 그러나 상대는 예상과 다르게 어떠한 동요나 죄책감 따위 없이 그저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눈 덮인 평원의 이슬처럼 싸늘하고 속을 들여다볼 수도, 만질 수도 없었다. 분명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보는 사람을 슬프게 만들었다. 강이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 그를 동정하는 건가? 동정과 혐오가 뒤섞인 채 그를 불쌍하게 여기고 있었다. “강이준,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역겨운 행동은 그만해. 안 힘들어?” 이시연의 눈은 평소처럼 또렷하지 않고 안개가 한층 덮인 것 같았다. 앞에 있던 남자는 냉정하게 코웃음 치며 오만한 태도를 보였다. “이시연, 사람 역겹게 만드는 건 너야. 헤어지자고, 화해하기 싫다고 하면서 내 이름으로 자선 파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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