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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안녕이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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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그녀도 RH-혈액형이었다! 그녀도 민준이를 구할 수 있다! 위암 말기인 그녀는 혈액 질이 좋지 않지만 암은 일반적으로 혈액을 통해 전파되지 않는다. 게다가 혈액을 채취한 후 따로 처리하기에 암세포가 계속 생존할 가능성이 작다. 그러니 그녀는 민준이에게 수혈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수혈이 그녀의 죽음을 앞당길지도 모른다. 도수영의 얼굴에는 사라진 지 오래된 환한 미소가 모처럼 떠올랐다. 민준을 살릴 수만 있다면 자신이 순식간에 죽는다 해도 좋다. 자신의 혈액을 조금씩 혈관에서 빼내는 것을 보면서 도수영의 마음속에는 전에 없던 만족감이 피어올랐다. 민준이가 살 수 있다! 도수영이 제때 수혈한 덕에 민준은 마침내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왔다. 잔뜩 몸이 허했던 그녀는 한꺼번에 1000mL가 넘는 피를 단숨에 헌혈하다 기절해 버렸다. 그녀가 깨어났을 때는 이미 사흘 뒤였다. 어리둥절한 그녀는 누군가 그녀의 손을 꼭 쥐고 이름을 한 번 또 한 번 부르는 것을 들었다. “수영아, 수영아.” 그의 목소리는 처음처럼 부드러웠고, 수많은 일과 오해를 겪지 않은 것 같았다. 생사를 함께 하자고 약속한 어린 연인 같았다. 도수영이 눈을 떴을 때, 그녀는 늘 그리워하는 사람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그녀의 병상 앞에 서서 음산하게 웃는 사람은 뜻밖에도 임연아였다. 그 부드러움은 그녀의 꿈일 뿐이었다. 그녀와 임연아는 악연이 매우 깊었다. 임연아는 부모가 입양한 고아였다. 3년 전, 임연아는 친부모인 임태성과 소유정을 찾아냈고 남원시 최대 명문 중 하나인 임씨 가문의 아가씨가 되어 반짝반짝 빛났다. 그리고 4년 전 세상에서 제일 좋은 할머니를 납치해 할머니의 목숨으로 유현진을 떠나도록 위협한 사람도 바로 임연아였다. 결국, 그녀는 타협했지만 임연아는 할머니를 잔인하게 죽였고, 경진과 함께 그녀를 어두운 감옥에 가두었다. 끝없는 한이 북받쳐 오른 도수영이 무뚝뚝하게 입을 열었다. “임연아, 여긴 어쩐 일이야?” “좋은 소식 하나 알려줄게.” 임연아는 얼굴이 일그러지도록 웃었는데 아름다운 그녀의 얼굴은 순식간에 악마처럼 흉악해졌다. “도수영, 너 임신했어.” “뭐?” 도수영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아랫배를 어루만졌다. 그녀는 민준이를 낳을 때 너무 많은 고통을 받았고 건강이 심각할 정도로 악화하였다. 의사는 그녀가 앞으로 다시 임신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는데 그녀가 다시 그의 아이를 가질 줄은 몰랐다. 심한 지중해빈혈로 건강을 회복하는 것은 꿈같은 일이지만 둘째 아이의 탯줄혈액으로 민준에게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면 완치할 수 있다. 민준이가 이제는 질병의 고통을 겪지 않고 정상적인 아이처럼 웃고 놀 수 있다는 생각에 도수영의 입꼬리는 자기도 모르게 올라갔다. 그녀의 행복이 이제 갓 시작되고 있을 때 임연아의 음측한 목소리가 다시 공기 중에 울려 퍼졌다. “하지만, 현진 오빠가 이미 그 애를 없앴어!” “임연아, 뭐라고 했어?” 도수영의 눈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아랫배를 꽉 움켜쥐고 따져 물었다. “내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고?!” “도수영, 네 뱃속의 그 더러운 아이는 이미 죽었다고! 도민준의 병은 누구도 구할 수 없으니 순순히 죽을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을 거야!” “안 믿어. 현진 씨한테 물어봐야겠어! 나는 현진 씨가 우리 아이를 없앨 거라고 믿지 않아.” 임연아는 일어나려고 안간힘을 쓰는 도수영을 누르고 입꼬리를 씩 올리더니 흉악하게 한마디 뱉었다. “도수영, 현진 오빠가 왜 너의 아이를 죽이려 하는지 알아?” 도수영이 묻기도 전에 임연아가 다시 차갑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왜냐하면... 내 아이가 죽어서 나 아주 슬프다고 했어. 현진 오빠는 내가 괴로워하는 것을 보며 안타까워했지. 그래서 너의 아이를 죽이고 나의 아이와 함께 묻었어.” 과다 헌혈로 도수영이 유산했다는 의사의 말을 들었을 때, 부서질 듯 고통스러워하던 유현진의 모습을 떠올리며 임연아는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녀는 전에 유현진이 술에 취한 틈을 타서 두 사람이 관계를 맺은 것처럼 가장하고 또 아이를 가졌다고 거짓말했다. 그녀가 유산을 가장했을 때 그의 얼음 조각 같은 냉담한 표정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는데, 도수영이 유산했다는 사실에 왜 이렇게 걱정하는지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한으로 뒤틀려 악마가 된 임연아는 더욱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도수영, 또 한 가지 소식이 있어. 위암 말기라 참 시원하지? 며칠 더 살 수 있는지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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