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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안녕이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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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일찍이 유현진의 모진 마음을 경험했지만, 지금 이 순간 그가 무표정하게 민준이가 살아갈 희망을 꺾어버리는 것을 본 도수영의 마음은 억제하지 못할 차가움이 몰려왔다. 이가 덜덜 떨릴 정도로 춥다고 느낀 그녀는 미친 듯이 소리쳤다. “현진 씨, 당신 이러면 안 돼! 민준이는 정말 당신 아이야! 내 인생에서 남자는 오직 당신 한 명뿐이었어. 그러니 다른 사람의 아이일 리가 없어!” “현진 씨, 당신 지금 민준이를 구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반드시 후회할 거야!” “인생에 남자가 나 하나뿐이었다고?” 유현진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눈썹을 치켜든 그는 얼굴에 비웃음을 띠고 있었다. “도수영, 너와 경진이가 함께 있는 걸 내가 직접 봤는데, 너에게 남자는 나 하나밖에 없다는 거야?” “아니야! 현진 씨, 날 믿어줘! 경진 씨랑 함께 당신에게 미안한 짓 안 했어!” “허!” 유현진의 미소에 악한 기운이 물밀 듯이 솟구쳤다. “뼛속까지 더러워진 여자가 내 앞에서 순진한 척하려고 애쓰네. 도수영, 너 너무 역겨워!” ‘도수영, 너 너무 역겨워...’ 유현진의 이 말은 상처를 줄 만큼 모질었지만 도수영은 지금 그런 걸 돌볼 겨를이 없었다. 민준이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뿐인 그녀는 돌아서서 의사의 손을 힘껏 잡으며 말했다. “의사 선생님, 제발 민준에게 수혈해 주세요. 민준에게 수혈하지 않으면 당장 죽을 거예요! 이제 겨우 세 살 반밖에 되지 않았어요. 미처 좋은 인생을 누리지 못했는데 이렇게 죽을 수 없어요. 민준이가 죽으면 안 돼요...” 갑자기 뭔가 떠오른 도수영은 서둘러 유현진에게 말했다. “현진 씨, 임연아가 연기하는 거야. 일부러 우리를 친 후에도 나를 향해 미소를 지었어. 그렇게 득의양양하고 기고만장하게 웃고 있었는데 다쳤을 리가 없어. 현진 씨, 임연아는 일부러 우리 민준이를 죽이려 하는 거야. 현진 씨, 그녀에게 속지 마. 부탁이야, 우리 민준이의 피를 뺏어가지 마. 그건 우리 민준이 목숨이란 말이야!” “누가 우리 민준이 좀 살려주세요...” “도수영, 넌 정말 구제 불능이야!” 유현진은 더는 도수영을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의사를 향해 차갑게 분부했다. “연아를 구해요. 연아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당신들 모두를 묻어버릴 거예요!” “알겠습니다, 유현진 씨.” 감히 유현진의 기분을 건드릴 수 없었던 의사는 황급히 임연아에게 수혈시키려 했다. “안 돼요! 의사 선생님, 임연아에게 피를 주면 안 돼요! 제발 민준이를 살려주세요, 제발 내 아이를 살려주세요...” 도수영은 미친 듯이 의사의 손을 잡고 무릎을 꿇었다. “제발 우리 민준이를 살려주세요, 제발요...” “도수영 씨, 죄송합니다.” 의사는 도수영의 손을 조금씩 쪼개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는 일손을 돕는 어린 의사에게 피주머니를 임연아가 있는 응급실로 보내라고 분부했다. 무정하게 떠나는 의사의 뒷모습을 본 도수영의 눈에 남은 희망도 모두 꺼졌다. 임연아를 구한 다는 건 민준이가 죽어야 한다는 말이다 ! 눈앞의 유현진을 보며 도수영의 머릿속에 뭔가 떠올린 그녀가 그의 손을 잡았다. “현진 씨, 현진 씨도 RH-혈액형 피야! 현진 씨가 가서 민준에게 수혈해줘! 제발 민준에게 수혈해줘. 응?” “저 더러운 자식에게 수혈하라고?” 유현진의 날카롭고 도도한 잘생긴 얼굴에는 감정이 조금도 남아 있지 않은듯했다. “더러워서 싫어!” “현진 씨, 지금 민준에게 수혈하기 싫으면 임연아에게 수혈해 주고 민준이가 혈액은행의 피를...” 유현진은 도수영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온몸으로 내뿜는 차가운 기운은 지옥에서 온 저승사자 같았다. “도수영, 나는 그 더러운 자식을 죽이고 싶어!” ‘도수영, 나는 그 더러운 자식을 죽이고 싶어...’ 도수영은 바닥에 쓰러졌고, 그때 누가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수영아, 내 아이를 낳아줘. 나는 우리 아이가 세상에서 두 번째로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 거야.” 그때의 도수영은 순진한 소녀였다. 그녀는 수줍고 환하게 웃으며 왜 제일 행복한 사람이면 안 되냐고 물었다. 그러자 유현진이 그녀의 귓불에 부드럽게 키스하며 말했다. “왜냐하면, 제일 행복한 사람은 내 여자 수영이일 테니까!” 도수영은 황급히 눈가의 눈물을 닦았다.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지 못했다. 그들의 아이가 목숨마저 잃어가고 있는데 어떻게 행복하겠는가. ‘현진 씨, 당신이 나에게 한 약속은 결국 농담일 뿐이었어.’ 겨우 일어선 도수영는 자신의 몸에서 말라가는 핏자국을 흘끗 보며 이내 눈빛을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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