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장
“도수영, 나야.”
임연아가 강 건너 불 보듯 깨고소해 하는 말투로 놀려댔다.
“너 곧 손가락이 잘릴 거잖아?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손가락이 잘리는 느낌 꽤 시원하대! 너도 잘 느껴 봐!”
“연아야, 현진 씨 전화 받으라고 해! 현진 씨 바꿔 줘!”
“현진 오빠가 샤워 다 하고 나오면 전화 받으라고 할게.”
‘샤워?’
임연아와 같이 있는 유현진이 샤워를 하고 있다고?
도수영의 가슴은 칼로 에는 듯 아파왔다. 유현진과 임연아가 관계를 가진 사이라는 것을 오래전부터 알면서도 유현진이 임연아와 함께 있으면서 한창 샤워를 하고 있다는 말에 도수영은 여전히 마음이 와르르 무너졌다.
잠깐의 침묵이 흐른 후, 전화기 너머로 다시 임연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진 오빠, 언니한테 무슨 일이 생겼나 봐요. 현진 오빠보고 자기 구하러 오래요. 안 그러면 죽을 수도 있대요!”
“그럼 죽으라고 그래! 죽어도 싸!”
유현진은 전화기 가까이에 있지 않았지만 너무 큰 목소리로 화를 내며 저주를 퍼부었기에 도수영의 귀에 분명히 들렸다.
‘쾅!’
도수영은 손에 들고 있던 휴대전화를 바닥에 떨어뜨리며 순간 저항할 힘조차 잃었다. 도수영의 머릿속에는 방금 유현진의 말이 맴돌았다.
‘죽어도 싸!’
도수영의 손은 땅에 세게 눌린 채 새끼손가락이 잘라져 나갔고 새빨간 피가 두 눈에 튀었다. 왼손에 얼얼하게 느껴지는 통증은 도수영의 가슴속의 고통과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너무 아파...”
도수영은 오른손으로 자신의 명치를 힘껏 눌렀지만 여전히 아파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현진 씨, 나 너무 아파...”
도수영이 나지막이 중얼거리는 모습은 마치 집으로 가는 길을 잃어버린 불쌍한 소녀를 방불케 했다. 예전에 도수영이 아프다고 하면 유현진은 아무리 먼 곳에 있어도 당장 달려와 따뜻하게 위로해 주었다.
하지만 지금은 도수영이 아무리 아프다고 소리쳐도 유현진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도수영은 초라한 몰골로 몸을 웅크린 채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여전히 통화 중인 휴대전화 화면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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