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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안녕이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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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도수영, 누가 연아를 모함하라고 했어? 4년 전, 난 네가 보낸 청부업자에게 맞아 다리가 부러졌어. 연아가 기꺼이 신장까지 팔아 내 병을 치료하지 않았다면 난 지금 장애인으로 살아가고 있을 거야!” “연아는 날 살리려고 신장 하나를 잃었는데 넌 뭐 했어? 도수영, 그때 넌 뭐 하고 있었냐고! 넌 경진이랑 함께했어!” “아니야!” 도수영은 고개를 힘껏 저었다. “현진 씨, 나와 경진 씨 사이에는 아무 일도 없었어. 임연아가 일부러 나를 모함한 거라고! 난 청부업자를 찾은 적도, 당신 다리를 부러뜨린 적도 없어, 임연아가...” “그만해!” 차가운 목소리가 도수영의 말을 끊었다. 조각 같은 유현진의 얼굴에 살을 에는 듯한 차가움이 떠올랐다. “도수영, 네가 하는 말을 나는 한 글자도 믿지 않아!” 도수영은 더는 변명하지 않았다. 유현진이 믿지 않는다면 그녀의 설명은 자신에 대한 모욕일 뿐이다. 아파서 죽을 것 같은 배를 꼭 누르며 도수영은 힘겹게 입을 열었다. “현진 씨, 며칠 전에 민준이를 데리고 검사하러 갔어. 지금 상태가 매우 좋지 않대. 그러니, 돈을 좀 빌려줄 수 없을까?” “그렇지, 돈 주는 걸 깜빡한 거야." 유현진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 미처 눈에 비치지 못한 미소가 유난히 잔인해 보였다. 그는 도수영의 목을 조르고 있던 손을 풀며 지갑에서 만 원짜리 지폐 두 장을 꺼내 그녀의 얼굴을 향해 세게 내리쳤다.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던 도수영은 바닥에 떨어진 만 원짜리 지폐 두 장을 조심스럽게 집어 들었다. 비굴했다. 도수영은 만 원짜리 지폐 두 장을 집어 옆에 있는 지갑에 넣고 잘 보관했다. 2만 원도 돈이다. 유현진은 그녀를 모욕하기 위해 그녀의 모든 수입원을 거의 차단했다. 그가 준 모든 돈은 모두 민준의 목숨을 구하는 돈이다. 돈을 넣은 뒤 그녀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현준 씨, 1억만 빌려줘. 가능한 한 빨리 갚을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볼게. 현진 씨, 제발 민준이를 살려줘!” “그 더러운 애를 구하라고?” 미소를 짓고 있는 유현준의 눈빛이 더 차가워졌다. “도수영, 넌 내 아이를 잔인하게 죽였는데, 너와 경진이가 낳은 더러운 자식은 왜 살아있어? 난 그 더럽게 태어난 애가 일찍 죽어 환생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데 어찌 구해줄 수 있겠어?” “아니야! 민준이는 더러운 자식이 아니야! 나는 우리 아이를 지우지 않았어. 민준이가 바로 당신 아들이라고...” “닥쳐!” 유현진의 마지막 인내심이 고갈됐다. “도수영, 네가 다시 그 더러운 아이를 내 아이라고 억지를 부린다면 지금 당장 보내줄 수도 있어!” ‘지금 당장 보내준다고...’ 도수영은 갑자기 유현진으로부터 계속 돈을 빌릴 힘이 없어졌다. 사실 계속 매달려도 빌릴 수 없었다. 그녀는 입술을 힘껏 깨물어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날려버렸다. “현진 씨, 2만 원은 너무 적어.” “헐!” 입꼬리를 씩 올리던 그의 얼굴에 쌀쌀한 미소가 떠올랐고 주변은 풀 한 포기 자라지 않을 만큼 차가워졌다. “도수영, 그 더러운 자식 때문에 정말 체면도 버리겠다는 거야?” 말을 마친 후, 유현진은 돈뭉치를 도수영의 얼굴에 뿌리고 몸을 돌려 미련 없이 떠났다. 만 원짜리 지폐의 날카로운 모서리가 도수영의 뺨을 베었지만, 그녀는 통증을 느끼지 못했다. 그녀는 40만 원이면 수술비는 부족해도, 한 번 수혈할 돈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민준이는 며칠 더 살 수 있으니 좋은 일이라 생각했다.. 체면 따위는... 이렇게 사치스러운 것이 민준의 목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문밖에서 들려오는 발소리에 도수영은 유현진이 마음이 약해져 다시 돌아온 줄 알고 서둘러 달려가 문을 열었다. 계단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유현진이 아니라 민준이었다. 떠나는 유현진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아이의 조그마한 얼굴에는 미련과 슬픔이 가득했다. 아이의 손에는 종이 한 장이 쥐어져 있었다. 소리 없이 움직이는 아이의 입술 모양으로 그녀는 민준이가 아빠를 불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도수영을 발견한 민준이는 급히 손에 든 종이를 뒤로 숨기더니 창백한 얼굴에 순진한 웃음을 짜냈다. “엄마.” “민준아, 미안해, 엄마가 잘못했어. 네가 항상 아빠를 원한다는 걸 알지만, 엄마는...” “엄마, 민준이는 아빠가 필요 없어요.” 민준이가 도수영의 팔을 살짝 껴안고 말했다. 일찍 철든 아이의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민준이는 엄마만 있으면 돼요. 우리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엄마예요.” 이 말을 마친 민준은 갑자기 몸이 굳어지더니 예전처럼 도수영의 품에 안겨 꼼짝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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