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5장

토렛은 자신의 이마를 세게 두드리며 말했다. "상준, 미안해요, 내가 이걸 깜박했군요! 내가 어떻게 이 아름다운 여인에게 술을 권하겠어요!" "아름다운 낙수의 신이여, 내가 생각이 짧았으니 스스로 한 잔 마실게요!" 잔을 앞의 탁자 위에 내려놓자, 임상준은 더 이상 건들건들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그윽하게 수영을 바라보았다. "수영아, 앞으로 내가 있다면. 넌 하기 싫은 일을 할 필요가 없어. 왜냐하면, 내가 대신 해줄 수 있으니까." 유현진은 산중 앞에 높은 그 잔을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마치 그 위에 구멍이라도 뚫으려는 것 같았다. ‘지금 두 사람 간접 키스를 한 건가?’ ‘그래, 그들은 친밀한 키스를 수백 번이나 했겠지. 그럼 이 간접 키스가 뭐라고!’ 그리고 상준은 남자로서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로 하여금 술을 마시게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현진은 오히려 수영더러 한 무리의 늙은 남자들과 술을 마시라고 강요했었다. 현진은 생각할수록 마음이 편치 않았다. ‘설마 나 유현진이 남자가 아니란 말이야?!’ 특히 도수영이 상준의 말에 감동을 받은 모습을 보니, 현진은 더욱 화가 나서 사람을 죽이고 싶었다. ‘이 바람기 많은 여자 좀 봐, 어떻게 이런 말에 넘어갈 수가 있지?!’ "현진, 유현진! 왜 그래요?! 현진, 진정해요!" 토렛의 귀청 찢어지는 소리가 룸에서 울려 퍼지자, 현진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그는 이미 손에 든 잔을 부쉈는데, 지금 현진의 손바닥은 피로 물들었다. 토렛은 현진의 이런 자학행위에 놀라 멍해졌다. 그는 긴장함에 다가가서 현진의 손을 확인했다. 현진의 섬뜩한 상처를 보며, 토렛은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현진, 너 왜 이래? 왜 갑자기 자학을 하는 거예요?" "참, 오늘 점심에 내가 정훈을 보았는데, 글쎄 만취한 채 현진처럼 손에 깨진 술잔을 하나 쥐고 있었어요. 피를 줄줄 흘리고 있었지만, 정훈은 아예 눈치채지도 못했고요! 아니, 한국 남자들은 자학하는 것을 유난히 좋아하나 보죠?!" 토렛은 털털하게 말하며 다시 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