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9장

임다은은 정말 미쳤다. 내가 임다은에게 결혼을 강요했다는 것만으로도 날 이렇게까지 증오하다니. 내가 그렇게 악랄한 사람인 걸까? “그럼 넌 내가 어떻게 하길 원하는데? 내가 죽으면 풀리겠어? 그런 거라면 지금 당장 이 목숨을 너한테 줄게.” 말을 마치자마자 나는 탁자 위에 있던 과일칼을 집어 내 목에 댔다. “내가 너한테 진 빚이라면 내 목숨으로 갚을게.” “네가 감히. 당장 그 칼 내려놔.” 임다은의 눈에는 두려움이 스쳐 갔다. 그녀는 혼란스러워하며 나에게 삿대질했다. “네가 네 자신을 다치게 하면 난 네 부모님의 무덤을 파헤쳐 시체를 들판에 버리고 배씨 가문의 저택도 불태워 버릴 거야. 그리고 네 아저씨 임석훈한테 딸이 있었지. 두 사람도 네 죽음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 나는 완전히 무너졌다. 난 죽을 자격조차 없는 걸까? 임다은은 그 틈을 타서 내가 들고 있던 칼을 빼앗아 갔다. 다투는 사이 붉은 피가 뿜어져 나와 나의 신경을 자극했다. “아.” 임다은은 고통스럽게 소리쳤다. 그녀의 손목이 베어 피가 멈추지 않고 흘러나왔다. 나는 완전히 당황했고 다급하게 핸드폰을 꺼내 119에 전화를 걸었다. 임다은은 날 노려보며 말했다. “배승호 내가 허락하기 전에 죽을 생각하지 마. 죽으면 끝이라고 생각해?” 나는 급히 의료 상자에서 붕대를 꺼내 임다은의 출혈을 막으며 빨갛게 달아오른 눈으로 그녀에게 소리를 질렀다. “말하지 마. 먼저 지혈부터 해야 해.” 임다은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봐. 너 아직도 날 걱정하잖아. 이 정도 상처로 죽지 않는데도 넌 이렇게 급해졌잖아. 배승호 넌 정말 바보야. 네 마음속에는 여전히 내가 있어. 아닌 척해도 내 눈을 속일 순 없어.” 나는 임다은을 내버려둔 채 떠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나는 정말 바보였다. 임다은에게 수천 번 상처받아도 내 마음은 여전히 임다은을 놓지 못했다. 나는 마음이 이미 떠났다고 생각했지만 임다은이 다친 그 순간 그동안 나의 모든 다짐이 무너졌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고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