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7장
“안녕하세요. 저는 배승호라고 합니다.”
남자 배우는 나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배승호 씨가 저한테 무슨 볼일이라도 있으신가요?”
“이미지가 제가 곧 찍게 될 새 드라마와 잘 맞는 것 같아서요. 방금 연기하는 것도 잠깐 봤는데 연기력도 꽤 좋더라고요. 관심 있으시면 우리 얘기 좀 나눠볼까요?”
남자 배우는 내가 찾아온 것이 놀라운 듯 내게 손을 내밀려 말했다.
“저는 주현민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찍으시려는 드라마가 어떤 내용이죠?”
나는 가져온 대본을 주현민에게 건넸다.
“이건 웹드라마예요. 별일 없으면 한 달 안에 촬영이 끝날 겁니다. 여주인공은 이미 정해졌고 이제 남자주인공만 남았어요.”
주현민은 기쁜 듯했지만 이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저는 아직 신인이고 별로 유명하지 않은데 제가 이 드라마를 망치면 어떻게 하시려고요?”
나는 웃으며 말했다.
“그럴 리가요. 이건 제 첫 연출작이거든요. 배우분들이 날 싫어하지 않는데 어떻게 내가 신인 배우를 싫어할 수 있겠어요?”
주현민은 곧 미친 듯이 기뻐하며 대본을 들고서는 약간 떨리는 손으로 말했다.
“정말인가요? 정말 제가 해도 되나요?”
주현민의 순수한 모습은 예전의 나를 보는 것 같았다.
“현민 씨는 충분히 할 수 있어요. 모든 배우는 작은 역할에서부터 한 걸음씩 올라가는 거예요. 저는 현민 씨를 믿어요.”
처음 임다은이 나와 결혼하겠다고 했을 때 나도 이렇게 기뻐했다.
“여자주인공은 주다혜 씨예요. 현민 씨도 다혜 씨를 알고 있죠?”
주현민은 더욱 흥분하며 손바닥으로 다리를 쳤다.
“정말요? 다혜 누나 연기 정말 잘하잖아요? 다혜 누나가 제 표정 연기도 가르쳐줬어요. 그런 다혜 누나와 제가 함께 드라마를 찍을 수 있다니 정말 꿈만 같네요.”
주현민의 모습을 보니 정말 예전의 나와 똑같았다.
주현민은 바로 나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이에 내 드라마의 남자주인공과 여자주인공 모두 확정되었다. 다른 조연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이건 단지 두 주인공의 사랑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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