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장
송민주가 힘없이 나를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지만 나는 그 말을 들을 수 없었다. 이 일들은 나에게 너무나 중요한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조용히 침대에 누워 그 누구도 보고 싶지 않았다.
나는 이제 모든 기억이 돌아왔다.
아버지는 나 때문에 화가 나서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하루하루 우울해하시다가 아버지를 따라가셨다. 그리고 나와 임다은 사이에는 분명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내 마음속에 영원한 아픔으로 남아 있는데 내가 어떻게 이런 사실들을 잊을 수 있을까?
나는 나 자신이 미웠다. 이렇게 중요한 일들을 잊어버리다니. 분명 나와 임다은은 이혼을 앞두고 있었지만 나는 선택성 기억 상실증에 걸려 오직 임다은과 행복했던 추억들만 기억하고 있었다. 임다은이 나에게 준 상처는 모두 잊어버린 채로 말이다.
며칠 동안 임다은은 어떻게 나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냈을까? 임다은은 나에 대한 혐오감을 억누르고 어떻게 나와 한 침대에 누워 있었던 걸까? 나는 도저히 임다은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10분 뒤 임다은이 도착했다.
송민주가 전화로 임다은에게 나의 상태를 알렸을 것이다.
임다은이 나타나자마자 병실의 분위기는 더욱 차가워졌다.
김현호는 임다은이 나타나자 죄책감에 고개를 숙인 채 다급하게 다가갔다.
“다은 누나. 승호 형이 우연히 나와 주다혜 씨의 대화를 들었어요. 일부러 내가 말하려던 건 정말 아니에요.”
임다은은 김현호를 한 번 쳐다보고 화를 내려 했지만 그의 억울한 표정에 결국 화를 참았다.
“됐어. 어차피 배승호도 언젠가는 기억을 되찾았을 거야.”
임다은은 나에게 다가와 예전처럼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배승호 모든 걸 기억해 냈으니 나도 더 할 말은 없어. 난 원래 네가 기억도 잃었고 큰 수술도 받았으니까 이런 사실을 알면 충격받을까 봐 걱정했어. 그래도 우리 오랜 세월 부부였잖아. 난...”
나는 눈가에서 갑자기 눈물이 흘렀다. 억눌려 있던 감정이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임다은을 향해 미친 듯이 소리를 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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