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장
“제 생각에 아마 안 좋은 기억은 다 잊었고 좋은 기억만 남은 것 같아요.”
쥴리가 미간을 찌푸렸다.
“기억 장애라기보다는 선택적 기억 상실 같아.”
“선택적 기억 상실이요?”
나는 멀리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들었다.
‘내가 기억을 잃었다고?’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다은이를 기억하고 있고 부모님을 기억하고 있고 또 지금까지 자라온 기억도 가지고 있는데?’
병원에 있는 이 며칠 동안, 송민주는 나의 휴대폰을 돌려주지 않았다. 잃어버렸다고 하면서 찾으면 주겠다고 했지만 나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한 달 이상 혼수상태였으니 휴대폰을 잃어버리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송민주가 말해주지 않았다면 나는 내가 뇌암에 걸렸다는 사실도 몰랐을 것이다. 치료가 잘 되어서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다은이가 얼마나 슬퍼했을까.
“송 선생님, 휴대폰 잠깐 빌릴 수 있을까요? 전화라도 하려고요.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으니 다은이도 분명 걱정하고 있을 거예요.”
송민주는 잠시 얼음처럼 굳어 있다가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다은이는 지금 바쁘니까 휴대폰 찾으면 그때 전화하는 걸로 해요. 아직 승호 씨의 상황을 아직 다은이한테 말하지 않았거든요. 제가 말해주고 나서 전화를 거는 게 좋겠어요.”
3일 후, 나는 퇴원을 준비하며 휴대폰을 돌려받았다. 휴대폰은 배터리가 없어서 꺼져 있었다.
송민주와 북하시에 도착한 우리는 먼저 식당에 가서 식사를 했고 나는 사장님에게 충전기를 별려서 휴대폰을 충전했다.
핸드폰이 켜지는 순간, 미처 확인하지 못한 수많은 전화와 메시지가 화면에 떴다.
나는 가장 먼저 임다은에게서 온 문자를 열었다.
15일 전에 온 문자였다.
“배승호, 갑자기 사라진다고? 사람 가지고 노는 거 재밌어?”
“수술하러 간다고 말 한마디도 안 해주다니... 정말 대단하네!”
그리고 22날이 지나서 온 문자였다.
“민주한테서 들었어. 아직 혼수상태라고...”
마지막은 3일 전이었다.
“돌아오면 안심하고 치료부터 받아. 밖에서 들리는 소문 신경 쓰지 말고.”
이 메시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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