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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장

기억은 다시 한 가족이 화목하게 지내던 때로 돌아갔다. 부모님이 내 곁에 있었고 나는 여전히 남하시의 부잣집 아들이었다. 반복되는 기억 속에 기쁨, 슬픔, 고통 등이 뒤섞여 있어서 나는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고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내가 있는 세상은 가끔 어두워졌다가 또다시 밝아졌다 이런 상태는 꽤 오랫동안 지속된 것 같았다. “배승호 씨?” “벌써 한 달째 혼수상태인데 이제 깨어나야 하지 않나요?” “선배, 이대로 계속 혼수상태로 있다가 식물인간으로 될까봐 걱정이에요.” “그럴 일 없어. 내가 실패한 경우는 없거든.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내가 줬던 약 있지? 매일 물에 녹여서 챙겨줘.” 발소리는 점점 멀어졌고 나는 눈을 뜨려고 애썼지만 뜰 수가 없었다. “다은아, 아직 혼수상태야.” “여기까지 오지 않아도 돼. 깨어나면 내가 데리고 돌아갈 거니까.” 임다은? ‘임다은.’ 나는 이 익숙한 이름을 반복해서 되뇌었다. 며칠 동안 나는 이 낯선 목소리와 익숙한 이름을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은 전화 통화를 하는 것 같았다. 내가 깨어났을 때 낯선 여자가 나에게로 다가왔다. 그녀는 낯설면서도 친숙하게 느껴졌고 누군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승호 씨, 드디어 깨어났군요!” 그녀는 매우 흥분하며 주변의 기계를 쳐다보더니 모든 것이 정상임을 확인하고는 웃었다. “축하해요. 새롭게 태어나셨어요.”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그녀는 내 어깨를 두드렸다. “정말 기억을 잃은 거예요? 저 송민주예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생각났어요. 다은이한테 들은 적 있어요. 다은이 절친이시라고요. 송 선생님 맞으시죠?” 송민주가 미소 지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은이는 기억하고 있으시네요. 기억을 완전히 잃은 건 아니네요.” “다은이는 어디 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회복되면 제가 승호 씨를 데리고 돌아갈 거거든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요, 송 선생님.” 송민주는 미간을 찌푸리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승호 씨, 다은이한테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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