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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장

송민주가 잡은 수술일까지 남은 시간은 일주일 남짓, 그동안 별장에서 지내고 싶지 않았던 난 병원 근처에 단기로 오피스텔을 임대했다. 북하시에 있는 마지막 일주일만큼은 조용히, 평화롭게 지내고 싶었다. 시간이 빠르게 흐를 거란 내 예상과 달리 이제 겨우 하루가 지났음에도 난 미칠 것만 같았다. 좁디좁은 오피스텔에 갇힌 난 죄수나 다름이 없었다. 내게 말 한마디 걸어주는 사람도 없고 오직 죽음 같은 정적만이 집을 가득 채웠다. 침대에 누운 난 처음 임다은을 만났던 그날을 떠올렸다. 평소와 다름없는 파티였다. 그때만 해도 임씨 가문은 이제 겨우 남하시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가문이었다. 반면 난, 남하시 최고 재벌의 아들이었고 파티에 모인 모든 이들이 내게 말 한마디 걸어보려 안달이 나 있었다. 그때 당시 구석 자리에 앉은 임다은은 유창한 영어로 인하국 출신의 기업가와 일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때도 임다은은 이미 워커홀릭 기질을 보였다. 이제 갓 20살을 넘은 젊은 남녀들이 모인 파티였고 다들 어떻게든 마음에 드는 이성을 찾으려고 혈안이 된 다른 사람과 달리 임다은은 오직 일에만 정신이 팔려있었다. 그녀의 자신만만한 말투, 유창한 영어, 그리고 날 때부터 배어있는 우아하고 도도한 분위기에 난 순식간에 매료되었다. 그날 파티에서 처음 그녀를 알게 된 난 친구들에게 물어 연락처를 알아냈고 아버지에게 부탁해 이엘 그룹과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규모가 작은 프로젝트였지만 그게 우리 두 사람이 처음 안면을 튼 계기이기도 했다. 난 내 진심이 그녀의 마음을 연 것이라 생각했다. 그녀와 결혼하기 위해 난 기꺼이 한성 그룹과 이엘 그룹을 합병시켰고 그녀의 부하 직원이 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난 우리가 행복하게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 일방적인 착각이었지만...’ 오랜만에 옛 생각을 해서일까 몸은 이상하리만치 무거웠고 머리는 지끈거렸다. 우우웅. 자정 12시, 겨우 잠이 든 나를 깨운 건 휴대폰 진동이었다. 발신인을 확인해 보니 임다은이었다. 받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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