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장
난 지난 10년간 지냈던 방을 둘러보았다.
솔직히 이 별장도 내겐 본가 못지않게 소중한 존재였다.
본가는 몇십 년을 길러주신 부모님 같은 집이라면 이 집은 10년간 함께 살을 부대끼며 살아온 아내와 같은 집이었다.
물론 이제 임다은에 대한 사랑 따위 색이 바랜 지 오래지만 말이다.
‘무엇을 남겨야 하나... 아니, 애초에 신경도 안 쓰려나? 지금 임다은에게 소중한 건 김현호와 뱃속의 아이뿐일 테니까. 내가 정말 죽는다면 오히려 기뻐하겠지. 진짜 사랑하는 사람과 정정당당하게 결혼하고 아이도 낳을 수 있을 테니까.’
“승호 님, 왜 이렇게 일찍 깨셨어요? 어디 나가시려고요?”
난 지승민을 힐끗 바라보았다.
작별 인사로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눈치 빠른 그가 무슨 낌새라도 칠까 싶어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나가서 조깅 좀 하려고요. 오늘따라 아침 공기가 맑은 것 같아서요.”
이에 지승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일찍 들어오셔서 아침 식사 같이 하셔야죠.”
“아, 아침 식사 때까지 제가 안 들어오면 다은이한테는 제가 이미 식사를 마쳤다고 전해 주세요.”
지승민은 날 안쓰럽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승호 님, 현호 님 때문에 그러시는 겁니까? 이럴 때일수록 아가씨와 더 가까이 지내셔야죠. 어찌 되었든 법적인 남편은 승호 님이 아닙니까...”
“아니에요.”
별장을 나선 난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하, 그렇게 바쁘신 분이 여긴 어떻게 오셨대요? 전 저 같은 건 다 잊으신 줄 알았어요.”
주다혜는 입을 삐죽 내밀며 괜히 삐친 척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난 부러움이 앞섰다.
그녀의 젊음이, 건강이 지금 이 순간 너무나도 부러웠다.
“이것도 산재인 거 아시죠? 아, 회사 안 나가기로 하셨다면서요. 김현호 그 사람은 다시 상대하고 싶지도 않아요. 그 사람만 보면 장 감독 그 역겨운 얼굴이 떠올라서...”
난 주다혜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대표 대리인 자리를 손에 넣고 내 능력을 증명하고 싶은 것뿐이었는데 아무 관련 없는 주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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