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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장

하늘이 천천히 밝아지고 찬란한 태양이 지평선 위로 얼굴을 빼꼼 내밀었다. “승호님, 일찍 깨셨네요.” 집사 지승민이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김현호가 이 집으로 들어온 뒤로 두 사람이 꽁냥대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아 항상 늦게 일어나던 나였으니 말이다. “아가씨께서 기다리고 계세요. 현호님은 어제 집에 들어오지 않으셨고요. 오늘 사모님답지 않게 일찍 깨셨던데요? 재킷 덮어드릴까 여쭤봐도 싫다고만 하시고요.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게 아닐찌...” “제가 가볼게요.”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임다은이랑 상의할 일도 있고.’ 잠시 후, 내가 다가오는 걸 분명 느꼈을 텐데 임다은은 고개조차 들지 않았다. “추운데 옷 좀 입지?” 하지만 재킷을 옆으로 내던진 임다은이 차갑게 웃었다. “배승호, 넌 참 역겨운 사람이야. 어제까지 이혼이네 뭐네 들먹이더니 오늘은 또 이런 식으로 나와? 왜? 또 갑자기 이혼히 하기 싫어졌어?” 재킷을 주운 난 이를 악물며 애써 분노를 잠재웠다. “오늘부터 나 회사 안 나가. 어차피 업무는 김현호한테 맡겼으니 굳이 내가 해야 할 일도 없을 것 같아서.” 이에 임다은이 고개를 갸웃했다. “이건 또 무슨 수작이야?” “알잖아. 나 김현호 그 자식 싫어해. 할 수 있다면 얼굴 마주치는 일 없었으면 좋겠어. 이걸로 부족해?” “회사가 애들 놀이터야? 네 마음대로 그만두게? 그래, 마음대로 해. 남하시 그 저택, 며칠 뒤에 열리는 경매에서 바로 팔아버려야겠다. 네가 맡아서 진행해.” 임다은이 말하는 저택이 무엇인지 난 잘 알고 있었다. ‘어떻게 그딴 식으로 말할 수 있어... 그 저택이 나한테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알면서...’ “다은아, 정말 그렇게까지 해야겠어? 나도 내 가족도 싫어하는 거 알겠는데 이미 낙찰받은 저택을 왜 다시 팔려는 건데?” 멈칫하던 임다은은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대답했다. “애초에 재미로 낙찰받은 집이었고 이젠 재미가 없어져서 팔려는 것뿐이야.” ‘재미? 그래... 나도 너한테 그런 존재겠지. 가지고 놀다 질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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