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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장

“내가 보기에 배승후 씨는 그냥 머릿수라도 채우기 위해 온 것 같아요. 우리가 일을 다 처리하면 좋은 업적만 가로채려는 거지요.” ... 이들이 나를 이렇게까지 조롱할 줄은 미리 예상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 교활한 여우들에게 한 방 먹여주고 싶었다. “저는 중요한 업무를 보았을 뿐이에요. 다들 주다혜 씨와의 계약을 성사한다면 저를 대리 경영인으로 믿고 따라주겠다고 하지 않았나요?” 김현호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승호 형, 그 말은 형이... 주다혜 씨를 만났다는 건가요?” 나는 들고 있던 계약서를 내밀었다. “이건 나와 주다혜 씨가 사인한 계약서야. 앞으로 날 볼 때는 잊지 말고 배 대표님이라고 부르는 게 좋을 거야!” 그 말을 마친 나는 곧바로 일어나서 사무실을 나섰다. 사람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좋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특히 김현호는 거의 울상을 짓고 있었다. 그날 저녁 나는 빌라에 잠시 들러 몇 벌의 일상복을 챙기려 했다. 빌라에 머물기 싫었던 나는 당분간 회사에서 머물 생각이기 때문이었다. “누나, 승호 형은 이번에 정말 너무했어요. 내가 다혜 씨와 좋은 대화를 끝낸 후 분명 나와 계약하는 걸 수락했단 말이에요. 그런데 다음날 다혜 씨는 갑자기 생각이 바뀐 듯 승호 형과 계약을 해버렸지 뭐예요.” 문밖에서도 김현호가 얼마나 억울해하는지 그의 목소리를 고스란히 들을 수 있었다. 나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김현호의 수려한 두 눈은 살짝 붉어져 있었다. 그리고 임다은은 그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운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그 순간 내 모습을 본 임다혜의 얼굴은 순식간에 차갑게 굳었다. 반면 김현호는 잠시 훌쩍이더니 눈물을 닦고 일어서 나를 향해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승호 형, 다녀왔네요.” 역시 김현호는 가면을 바꾸는 솜씨가 뛰어났다. 나는 아무 말 없이 걸어 들어간 후 위층으로 올라가려 했다. “잠깐!” 순간 임다은이 분노한 목소리로 나를 멈춰 세웠다. “왜? 또 어디가 마음에 안 드는 거야?” 임다은은 앉은 자세를 바로잡고 아름다운 두 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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