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장
“이런 일은 네가 하는 게 가장 적합해. 현호의 신분으로는 이런 일이 어울리지 않아.”
그러게나 말이다. 임다은을 돌보고 시중드는 일은 내 몫이고 김현호는 천생 아이돌이니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말라는 뜻이었다. 그러니 어떻게 이런 일을 김현호에게 시킬 수 있겠는가. 하지만 나도 한때는 배씨 가문의 도련님이었다는 걸 임다은은 잊은 듯했다. 그렇다면 내 신분으로는 이런 일을 해도 된다는 말인가?
하지만 한때 눈이 멀었던 내가 이런 여자를 선택하고 결혼하겠다고 우겼으니 지금 존엄을 잃고 사는 것 또한 내가 자초한 결과였다.
나는 가져온 추어탕을 꺼내 그릇에 담았다. 순간 김현호가 급히 다가와 나를 제지했다.
“누나는 어류를 먹으면 안 된다고 의사 선생님이 말했잖아요. 승호 형, 너무 부주의한 거 아니에요? 의사 선생님이 전해준 주의 사항도 벌써 잊어버리고. 이건 발작을 일으킬 수 있는 음식이라고요!”
“의사 선생님이 그런 말을 한 적 있어?”
나는 김현호가 지어낸 말인지 아닌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내가 기억하는 바로는 의사에게서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승호야, 넌 이 아이가 죽여 버리고 싶을 정도로 미운 거야? 처음에는 병원에 오는 걸 미루다가 갑자기 사라지더니 이젠 일부러 먹으면 안 되는 음식까지 가져와서 나한테 먹이려 했잖아.”
임다은은 분노의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나에 대한 증오로 가득 차 있었다.
“난 정말 몰랐어. 추어탕을 먹으면 안 되는 거라면 내가 가서 닭백숙으로 바꿔 올게.
김현호는 나를 밀치더니 추어탕을 옆으로 밀어냈다.
“누나, 내가 할게요. 승호 형을 믿을 수 없으니까요. 이 아이는 어차피 승호 형의 아이가 아니라서 혹시라도...”
김현호는 일부러 말을 끝맺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멍청한 사람이라도 그가 무슨 뜻으로 한 말인지 알 수 있을 것이었다.
“배승호, 꺼져! 지금은 널 보기도 싫으니까!”
임다은은 나를 병실 밖으로 내쫓았다. 그리고 나 또한 두 사람의 깨소금을 날리는 모습을 볼 마음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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