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장
난 고개를 돌려 김현호를 바라봤다.
“귓구멍이 제대로 뚫려 있다면 이번에는 잘 들었겠지? 이 아기를 무사히 만나고 싶다면 자제해. 다음번엔 내가 대신 꾸중을 듣는 일 없을 테니까.”
김현호가 날 향해 분노를 터뜨리려는데 허약한 임다은이 이동 침대에 눕혀진 채로 실려 나왔다. 김현호는 바로 표정을 고쳐 억울하다는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승호 형, 나와 다은이 누나 사이에 화가 많이 났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모든 화풀이는 나한테 해요. 아무리 아기가 밉다고 해도 이렇게 하면 안 되죠. 의사가 하마터면 아기를 지키지 못할 뻔했다고 그러잖아요.”
내가 아무 말이 없자 누워있던 임다은이 날 노려보며 겨우 손가락을 들어 날 가리켰다.
“배승호, 너 정말 눈에 뵈는 게 없구나? 감히 내 사람을 교육하려고 들어? 내가 회복되면 바로 되갚아 칠 거야!”
김현호는 빠르게 임다은에게 다가가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누나, 드디어 돌아왔네요. 밖에서 누나랑 아기가 걱정돼 죽는 줄 알았잖아요. 승호 형도 너무 탓하지 마요. 화풀이할 상대가 없어 그런 걸 아니까 난 괜찮아요.”
역시 배우 아니랄까 봐 연기 하나는 끝내줬다.
임다은은 날 노려보며 말했다.
“배승호 당신 점점 지독해지고 있어. 세상의 빛을 보지도 못한 아기를 해치려고 하다니.”
두 사람의 시야에서 벗어나고 난 다시 병실로 들어가지 않았다. 병실로 들어가면 김현호에게 연기할 소재를 만들어주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벨벨.
핸드폰이 울리고 수신자를 확인한 난 빠르게 통화 버튼을 눌렀다.
임석훈이었다. 우린 어느 레스토랑에서 만나기로 했다.
“승호야, 벌써 몇 년 동안 만나지도 못했구나.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기도 하고.”
아버지의 오랜 친구를 보며 난 벅찬 마음을 애써 꾹꾹 눌러 담았다.
“삼촌, 이제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었는데 너무 늦어버린 것 같네요. 저는 임다은이 그렇게 극단적으로 할 줄은 몰랐고, 정말 모든 게 제 탓이에요. 이제 배씨 그룹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힘써보고 싶어요!”
임석훈은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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