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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장 감당할 수 있어

나희정은 박서진에게 잘 보이려 애써왔는데 갑자기 이렇게 예쁘고 차갑고 매서운 여자가 나타나자 순간 그녀의 마음속에는 강한 불안감이 일었다. “책임질 수 있어요.” 수지는 힘껏 나희정을 잡아당겨 떼어 놓으려 했는데 눈을 들다가 박서진의 어둡고 차가운 눈빛과 마주쳤다. 잘생기고 그윽하며 눈꼬리가 살짝 내려앉아 위압감을 주는 남자의 두 눈은 어두운 눈빛을 짓고 있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블랙홀 같았다. 맞춤 제작 수트를 입은 비율 좋은 몸매와 우월한 이목구비를 자랑하는 연예인 뺨치는 비주얼이 특히 눈길을 끌었는데 한 번만 봐도 빠져들게 했다. 수지는 박서진의 사진을 본 적이 있지만 실제 모습을 보고 또 한 번 깜짝 놀랐다. “할아버지는 지금 심장 마사지할 수 없어요.” 수지는 쌀쌀한 목소리로 가방에서 약 한 상자에서 약 두 알을 꺼내 박선재의 입에 넣었다. “할아버지한테 뭘 드시게 한 거예요? 의사라도 돼요? 할아버지 건강상태를 알기나 하고 함부로 약을 드리는 거예요?” 나희정은 옆으로 밀려나며 박서진에게 잘 보일 기회를 놓쳤는데 갑자기 나타난 이 여자는 그녀보다 훨씬 아름답기까지 했다. 여자가 여자를 볼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암암리에 용모와 몸매를 비교하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다른 것을 비교하는데 나희정은 성수 의대 출신으로 유학까지 갔고 국제적으로 유명한 밀리안 교수님이 그녀에겐 가산점이었다. 갑자기 나타난 이 여자는 나이가 어린 걸 보아 아직 대학생인 듯했고 화려한 옷차림으로 보아 아마 그렇다 할 재능이 없이 외모로 사람을 홀리는 것 같았다. 이런 여자를 대할 때 나희정이 늘 쓰는 수법이 있었는데 그것은 체면을 봐주지 않는 것이었다. 나희정은 목소리를 한껏 높여 화를 내며 비난했다. “박서진 씨, 어서 이 여자를 말려요. 제가 할아버지를 구할게요.” 박서진은 나희정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방금 수지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미처 말릴 새도 없이 이미 약을 먹였다. 하지만 이렇게 잠깐 사이에 박선재의 안색이 붉어지고 호흡이 안정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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