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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정신없이 바쁘다 보니, 어느새 해가 저물었다. 이시아는 가득 찬 쓰레기봉투를 끌고 쓰레기통 옆에 버린 후에야 비로소 한숨 돌릴 수 있었다. 그녀는 소파에 기대어 휴식을 취하며, 휴대폰을 집어 들고 SNS를 열었다. 가장 최근에 올라온 게시물은 분홍 토끼 아이콘을 프로필로 한 여자가 올린 일몰의 사진들이었다. 그중 가장 가운데에 있는 사진 속에는 남자의 옆모습이 담겨 있었고, 그가 내민 손에는 파인애플 타르트 한 박스를 들고 있었다. 화면 속 아름다운 노을빛을 바라보며, 이시아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장희주의 연락처는 이시아가 한서준 몰래 여러 사람들에게 연락해서 겨우 추가한 것이었다. 연락처를 추가한 후, 어느 날 이시아는 장희주가 SNS에 게시글을 올렸다. [외국의 파인애플 타르트가 너무 먹고 싶다~] 그녀는 그 게시글을 보고, 그제야 왜 한서준이 자기에게 그 디저트를 사다 주는 것을 좋아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서서히, 그녀는 더 많은 단서를 발견했다. 그가 꼭 써야 한다고 지정한 세제, 자기에게 선물했던 꽃, 그가 사 온 장식품까지, 이시아는 모두 장희주의 SNS에서 같은 것을 찾아볼 수 있었다. 한서준이 자기와 함께하는 이유가 장희주를 잊기 위해서였지만, 결국 그는 그 속에 깊이 빠진 나머지 자기를 장희주의 대체물로 삼아버린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을 하다가, 이시아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고, 눈에는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아마도 너무 많은 상처를 받아서일까, 그 복잡한 감정들 속에는 더 이상 슬픔이 없었다. 이시아는 약간 답답한 가슴을 손으로 누르며 자리에서 일어나 냉장고를 열고, 오이 몇 개를 꺼내 씻은 후 천천히 씹어 먹었다. 벽에 걸린 시곗바늘이 한 바퀴 한 바퀴 돌고 또 돌았다. 또다시 자정이 다 되어갈 때쯤 한서준이 집에 돌아왔다. 그는 빈손이었고, 떠나기 전에 했던 약속을 잊은 듯했다. 문을 열고 들어와 한 바퀴 둘러본 후 미간을 찌푸렸다. “왜 집에 뭔가 없어진 것 같지?” “오후에 필요 없는 것들을 좀 정리했어.” 한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소매 단추를 풀었고, 이 일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그의 늠름한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시아는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사실 그가 자세히 봤더라면, 사라진 물건들이 대부분 그녀가 평소 자주 사용하던 것들이란 걸 분명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그의 똑똑함이라면, 그녀가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도 쉽게 눈치챌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마음과 시선이 온통 장희주에게만 향해 있으니, 이런 작은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는 게 오히려 당연한 것이 아니겠는가? 어차피 누가 룸메이트와도 같은 여자친구의 이상한 행동에 신경을 쓰겠는가? 이시아가 스스로를 비웃으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한서준이 갑자기 그녀에게 질문을 던졌다. “모래 아트같은 거 어디서 맞춤 제작할 수 있어? 유행하는 물건에 대해 내가 잘 몰라서...” 어젯밤에 장희주가 SNS에 올린 게시글을 보자마자, 한서준은 오늘 바로 그걸 그녀에게 선물할 생각을 한 것이었다. 이시아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그에게 대답했다. “모래 아트는 최근에 유행하기 시작한 거라, 당장 믿을 만한 사람을 찾아서 맞춤 제작하기는 어려울 거야. 근데 내가 할 줄 알아. 내가 만들어줄게.” 그녀가 할 줄 안다는 말을 듣고, 한서준의 표정이 잠시 멈칫했다. 여자친구에게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에게 선물할 물건을 만들어 달라는 게 다소 부적절하다고 생각한 것 같았지만, 아마도 장희주의 마음을 맞춰주는 것이 너무나도 간절했는지, 결국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구체적인 디자인과 요구사항을 보내줄게.” 이시아는 가볍게 한마디를 남기고 돌아섰다. 눈가에 맺힌 붉은 기운을 그가 눈치채지 못하게 했다. 깊은 밤, 이상아는 장희주의 SNS를 참고하며 밤새도록 모래 아트를 만들었다. 한서준이 집을 나서기 전, 그녀는 그에게 모래 아트를 건넸다. 그녀의 새빨간 눈가를 본 한서준의 얼굴에는 드물게도 미안함이 스쳤고, 그는 낮은 목소리로 고마움을 표했다. 이시아는 고개를 저으며 피곤한 목소리로 말했다. “고맙긴. 네가 좋아하면 됐어.” 한서준은 더 이상 사양하지 않고, 돌아서서 방을 나갔다. 그가 뒤돌아보지도 않고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시아는 입술을 살짝 움직이며 들릴 듯 말 듯한 말을 내뱉었다. “이건 내가 떠나기 전에, 너희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라고 생각해.” 그날 이후, 한서준은 밤새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아무런 이상도 느끼지 못한 채, 수업 외에는 장희주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매일 아침 일찍 나가 밤늦게 돌아왔고, 가끔은 이시아와 얼굴도 마주치지 못하는 날도 있었다. 이시아도 더 이상 그를 신경 쓰지 않고, 계속 짐을 정리했다. 방 안은 점점 더 텅 비어 갔다. 며칠이 더 지나, 그녀가 겨울옷을 정리하고 있을 때, 갑자기 전화가 걸려 왔다. “시아니? 서준형 취했어. 노래방으로 와서 형 좀 데려가.” 한서준이 취했다고? 그 사람 술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던 사람이었는데? 이시아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지만, 별다른 생각 없이 곧장 휴대폰을 들고 내려가 택시를 잡았다. 노래방은 그리 멀지 않았고, 20분 후 그녀는 주소를 따라 룸을 찾았다. 문이 살짝 열려 있어서, 그녀는 조심스럽게 문을 밀고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한서준이 한 여자의 품에 기대어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두 사람은 다정하게 귓속말을 나누고 있었고, 마치 사랑에 빠진 연인과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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