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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장

차에서 내린 남자는 현관으로 왔다. 그것을 본 홍수경이 주방에서 나왔다. “도련님.” 홍수경은 배민훈 팔 위의 외투를 가져와 옷걸이에 걸었다. “민지는?” “민지 아가씨는 위층에 계십니다. 아직 안 깨나셨어요. 아까 시아 아가씨께서 다녀가셨습니다.” “알겠어.” 대답을 마친 배민훈이 위층으로 올라갔다. 홍수경은 위층으로 올라가는 배민훈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그가 이시아를 대하는 태도는 마치 아무 관심도 없다는 듯 매우 차가웠다. 이럴 때일수록 배민훈은 이시아를 혼자 둬서는 안 된다. 송민지는 정말 발목만 잡는 여자다. 만약 노부인이 말한 것처럼 눈치가 있다면 이시아가 그녀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걸 진작 알았을 것이다. 배민훈은 침실에 가서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미간을 약간 찌푸렸다. 그리고 옆 침실의 문을 열자 기력이 다해 창가 타타미 위에 늘어져 있는 송민지가 보였다. 축 늘어뜨린 손에는 디저트가 들려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나서야 배민훈은 미간에 힘을 풀었다. 자는 줄 알았던 송민지는 디저트를 들고 먹기 시작했다. 배민훈은 입꼬리를 올리고 앞으로 다가갔다. 귀가 밝은 송민지는 바닥의 소리를 듣고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녀의 눈동자에 검은 구두가 들어왔다. 시선을 올리자 배민훈이 창가에 앉아 그녀더러 배민훈의 다리를 베게 했다. 송민지는 바로 편한 자세로 바꾸었다. “쿠키 하나를 언제까지 먹을 거야. 밥이 다 되었어. 내가 안아서 데려다줄까?” 송민지는 그의 다리를 베고 누워 배민훈의 턱선을 쳐다보았다. 이 각도에서도 배민훈의 얼굴은 살아남았다. “오빠, 요즘 내가 너무 말썽을 피웠죠?” 배민훈은 고개를 숙여 그녀를 쳐다보았다.“이번 일은 네 탓이 아니야. 그러니까 부담 갖지 마. 내가 이미 다 처리했어. 다 내 잘못이야. 내가 널 믿어야 했는데.” “오빠, 내가 계속 오빠 여동생으로 남으면 계속 지금처럼 잘 살 수 있겠죠? 다른 애들이 가족이랑 잘 지내는 걸 보면 너무 부러워요. 사고가 났을 때 오빠를 일찍 찾아가야 했는데 짐만 될까 봐 그러지 못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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