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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0장

송민지는 치맛자락을 매섭게 움켜쥐었고, 그 힘에 손톱마저 하얗게 변해버렸다. 자세히 보면 몸도 덜덜 떨고 있었다. 배연지... 그녀의 죽음은 배민훈 외에도 배지연과도 관련이 있었다니. ‘하지만 왜...’ 전생에 배연지는 분명히 그녀를 도왔었다. 그런 그녀가 도대체 무슨 이유로 자신을 해쳤을까. 증오로 촘촘하게 짜인 듯한 거미줄이 그녀를 뒤덮고 감싸오는 듯했다. 송민지의 원한과 공포, 혼란과 각종 부정적인 감정들이 그녀를 감싸고는 놓지 않았다. 전생에 벌어졌던 모든 일을 생각하면 그녀는 자기를 종일 괴롭힌 그 남자를 용서할 수 없었다. “그래? 기막힌 우연이네!” “좋은 재능이야.” 배민훈은 마음속에 있는 칭찬을 그대로 내뱉었다. 송민지는 그림을 가방에 넣었고, 장선경은 삶은 면을 그녀의 앞에 가져다 놓았다. “난 됐어요, 저 아이에게 줘요.” “지금 출발하지 않으면 진짜 늦어요.” 배민훈의 눈에 비친 송민지에게서 분명한 이질감이 감지 되었다. 그의 눈빛이 한층 더 깊어졌다. ‘스케치?’ 아무리 학원이라도 취미 수업일 뿐이라, 그가 알기로는 스케치 숙제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배민훈은 송민지의 모든 것을 꿰뚫고 있었다. 송민지가 학교에 도착하니 마침 1교시 수업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오전내내 그녀는 마음이 산만했다. 찾는 사람이 극히 드문 학교 옥상. 송민지는 그 그림을 벽에 붙이고는 손에 든 커터 칼을 천천히 앞으로 밀어 날카로운 칼날을 드러냈다. 그러고는 커터 칼을 든 손을 들어 그 남자의 눈을 향해 힘차게 찌른 후 쭉 내리그어서 얼굴의 절반을 갈랐다. “시작은 나의 잘못이었어.” “하지만 난 널 절대 놓지 않을 거야.” “후배한테 뭔가 비밀이 있는 것 같은데.” 아무도 없는 이 옥상에 또 다른 사람이 나타날 거로 생각하지 못했던 송민지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녀는 차가운 눈빛을 감추고 황급히 그림을 찢으며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에 작은 건물의 꼭대기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는 김성준이 보였다. “여긴 왜 왔어요?” 김성준은 담배를 쥐고 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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