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4장
배민훈이 손가락으로 배연지의 검은 머리카락을 가지고 놀며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다른 손은 습관적으로 그녀의 눈 밑에 자리 잡은 점을 매만졌다.
"고객님이랑 술 마시는 건 제 업무입니다." 배연지는 최대한 정신을 차리려 애썼다. 이 또한 배민훈의 계략이라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
배민훈이 천천히 다가가자 뜨거운 숨이 그녀의 목에서 느껴졌다. 그는 이런 자세로 그녀를 놀리기 좋아했다.
배연지는 배민훈의 말을 곧이곧대로 들으면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배연지는 허가영이 배민훈의 아버지에게 부탁해 억지로 배민훈 옆에 붙여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배연지 어머니 때문에 배민훈의 가족은 산산조각 났다. 허가영이 몇 번이고 도발하지 않았다면 배민훈 어머니도 결국 실망해 강남으로 돌아가지 않았을 거고 그 뒤의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아직도 고집부리네, 오늘 저녁에 계약 못 따오면 내일 홍보부로 다시 돌아가."
그 말을 들은 배연지의 심장이 차갑게 식었다. "네."
배연지의 대답을 들은 배민훈이 손을 거두더니 그녀가 룸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가 밖에서 꽤 많은 담배를 태웠을 때, 안에서 여자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이러지 마세요."
"연지 씨, 마지막 한 잔이야. 이것만 마시면 지금 계약할게. 스타그룹이 H시에서 시장을 열 수 있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잖아. 그런 거 내 말 한마디면 돼."
남자가 말을 하며 틈을 타 배연지의 치마 밑으로 손을 넣었다. 전혀 알지 못했던 배연지는 결국 힘없이 지군민 몸 위로 넘어졌고 그녀는 그제야 일이 잘못됐음을 알아차렸다.
배연지의 의식이 점점 흐릿해 지더니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지군민에게 기대어 걸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 룸에서 나온 지군민이 복도에 있던 사람을 보더니 웃으며 배민훈에게 다가갔다. "연지 씨가 많이 마셨는데 프로젝트에 대해서 아직 손 봐야 할 내용이 많거든요. 그래서 제가 연지 씨 좀 데리고 가야 할 것 같은데 대표님 괜찮으세요?"
"저는 당연히 괜찮죠."
배민훈의 대답을 들은 지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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