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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장

배연지는 배민훈을 좋아하고 있었다, 이는 그녀가 가슴속 깊은 곳에 묻어둔 비밀이다. 하지만 하필 그 비밀을 그녀는 송민지에게 들키고 말았다. 술에 취한 배민훈을 집으로 데려다준 그날, 불도 켜지 않은 어두운 방 안에서 배연지는 조심스럽게 감히 내뱉지 못하던 그를 향한 자신의 사랑을 토로했다. "배민훈, 좋아해." 어둠 속에서 부드러운 그녀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울려 퍼졌다. 하지만 그녀의 결말은... 송민지는 해외로 보내진 뒤, 쭉 배연지에 대한 소문을 듣지 못했다. 그녀가 배연지의 얘기를 꺼내도 배민훈은 말해주지 않았다. 제성 고등학교는 민영 고등학교였는데 A대와 가장 가까운 고등학교이기도 했다. 학교는 배민훈의 회사와 같이 D시의 가장 번화한 시중심에 자리 잡고 있었다. 송민지는 요즘 집에서 상처를 치료하고 있었다. 이제는 완전히 나았지만 발에 아직 흉터가 있어 배민훈이 매일 아침 그녀의 발에 약을 발라줬다. 송민지는 처음에는 거절했다. 하지만 이젠 배민훈이 약을 발라주는 일이 습관이 되었다. 송민지가 침대에 누워 눈을 반쯤 뜬 채 비몽사몽이던 때, 배민훈도 잠옷을 입고 침대 끝에 앉아 그녀를 위해 약을 발라주고 있었다. "아주머니가 너 요즘 약도 안 발랐다고 하던데, 계속 발라야 다리에 흉터 안 남지." 하지만 아직 잠에 취해 있던 송민지는 눈을 감은 채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 하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연 비서님." 연 비서? 배연지? 송민지는 그 이름을 듣는 순간, 눈을 뜨고 문 앞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오피스 스커트를 입은 채 하이힐을 신고 머리를 낮게 묶은 시크한 얼굴의 배연지가 서있었다. 그녀가 종이봉지를 든 채 노크했다. "대표님, 교복 가져왔습니다." "들어와." 송민지는 배연지를 보니 잠기운이 싹 달아났다. 그녀는 전생과 똑같았다, 한 번만 봐도 딱 기억할 수 있는 외모를 지녔다. 고양이를 닮은 눈과 시크한 얼굴, 눈가에 자리 잡은 점까지, 송민지가 그런 그녀를 바라봤다. 담담한 눈빛이 송민지에게 닿더니 배연지가 그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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